KBS 2TV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이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AGB 기준)를 돌파하며 시청률 1위로 등극했다. 소지섭 신현준 주연의 SBS 대작드라마 ‘카인과 아벨’도 중년의 사랑을 꺾지 못했다. 최명길-전인화-박상원 등 베테랑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 내공, 히트작 제조기 김종창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 조희 작가의 치밀하고 흡입력 있는 대사가 조화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이뤄냈으리라. 무엇보다도 브라운관에서 찬밥 신세였던 중년의 로맨스가 오랜만에 빛을 발하고 있어 연기하는 중견 배우들도 신명난다. “중년의 로맨스, 여전히 열정적이고 낭만적이다” 박상원은 극중 남들보기에는 이상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이지만 결혼직후부터 첫사랑 은혜정(전인화 분)을 따로 두며 이중생활한 이정훈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점점 아내 명인(최명길 분)에 대한 연민이 사랑으로 변하며 두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얼핏 보면 흔한 불륜인 데 시청자들은 왜 채널을 돌리지 못할까? 박상원에게 시청률 성공 비결을 묻자 “사랑은 10대의 풋풋한 사랑, 20대의 열정적인 사랑, 30대의 화려한 사랑, 40대의 원숙함, 노년의 헌신적인 사랑 등 다양하다. 최근 사회적으로 중년들의 삶이 조명 받고 있지만 미디어 환경이 시대를 못 따라 간 것이다. 요즘 30~50대도 여전히 열정적이고 멋도 있고 낭만이 있다”며 “이제야 외면 받던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사람들도 반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에게도 중년의 로맨스를 다룬 이번 작품이 신선하고 새로운 도전이다. 박상원은 “후배들이 ‘이번에 잘하셔야 해요. 그래야 우리가 할 게 있잖아요’라며 응원하더라. 20대엔 잘 모르고 대사대로 연기 하는 경우가 많다. 40대가 되면 감정적 여건이 되고 연기가 깊어진다. 하지만 할 게 없다. 비경제적이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중견 연기자들이 충분히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막장도 아니고 불륜도 아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 중년의 로맨스라고 하지만 표면적인 설정은 불륜, 출생의 비밀, 복수 등 통속적이고 ‘막장 드라마’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김종창 감독은 “통속극이지만 막장은 아니다.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고 항변했고 박상원 역시 궤를 크게 달리 하지 않았다. 박상원은 “배경 설정 때문에 막장 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는데 소리치는 것도 없고 굉장히 감정 위주 복합적이고 디테일하게 흘러간다”며 차별화했다. ‘불륜’이란 평가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요즘 사랑은 감정의 여운이 없고 편안하고 담백하다. 우리 때는 나이트 가서 이성과 춤을 추기 위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한명인과 은혜정은 첫사랑의 감정을 평생 가지고 있다. 관계 설정에서는 불륜이지만 감정의 논리로 따지면 순수하다”는 것이다. 모든 시청자들에게 똑같은 답을 구하지는 않지만 ‘불륜’ ‘막장’ 드라마와는 다르다며 “흔한 불륜이라면 출연하지 않았다. 내가 감정 이입 안되는데 시청률을 위해서만 연기하고 싶지 않다”며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최명길 전인화의 그림자? 아쉬움은 없다” 드라마는 박상원을 사이에 두고 최명길, 전인화의 대결 구도가 부각된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그로서는 아쉬울 수 있지만 연륜은 성숙한 자세로 연기에 임하게 만들었다. 어릴 때라면 받쳐주는 연기가 불쾌했을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모든 배우가 작품의 성공을 위해 함께 가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앞에 있고 내가 뒤에 있는데 결국 같이 가는 것이다. 작품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탄탄하게 전개되야 한다. 이 부분은 작가와 연출자가 지휘자처럼 잘 만들 것이라 믿는다.” “오랜만에 전인화 최명길과 만나서 연기하니 호흡이 맞아들어가는 느낌에 짠하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일 것이다. 연기자로서 상대 배우와의 쟁쟁한 텐션을 갈구하게 되는데 요즘 그런 걸 느낀다. 서로 뛰어 놀고 싶은데 뛰어 놀 작품이 없었다는 걸 느끼며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miru@osen.co.kr 윤민호 기자 ymh@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