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유혹’, ‘꽃보다 남자’ 등 소위 막장드라마의 인기가 뜨겁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아이러니함을 느끼며 헤어나오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네티즌들의 내린 결론이 압권이다. “세상이 막장이라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친다.” 시청자들이 가공된 현실인 드라마의 비현실성에 ‘통쾌함’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다큐멘터리에서는 현실에서 실현하지 못한 건강함과 감동을 찾는다. 영화 ‘워낭소리’ 가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인 시청률과 관객몰이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워낭소리’는 40살 늙은 소와 반편생을 함께 한 늙은 농부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묵묵히 곁을 지키며 손과 발이 되는 소는 할아버지와 인간 이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눈다. 할머니는 늙은 소에게 질투하며 지청구를 늘어놓는데 그 모습이 짠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잔소리에 묵묵부답이지만 소에게는 지극정성이다. 영화는 입소문을 타 개봉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중 최초로 100만 관객 돌파 초읽기에 있다. 성공한 다큐멘터리인 ‘워낭소리’은 시청률 높은 드라마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자극적이고 급박한 스토리 전개와 달리 느림, 기다림의 미학이 있고 조미료 빠진 건강하고 담백한 맛을 전한다. 인간들은 드라마 속에서 복수와 폭력, 욕심으로 얼룩지지만 영화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의 상생과 나눔, 희생적인 삶을 다룬다. 드라마에서 인간의 목숨은 점점 경시된다. 하지만 ‘워낭소리’에서는 인생의 반려자인 소가 죽자 장례 치르고, 낱알을 덜 떨어뜨리기 위해 기계가 아닌 낫으로 직접 벼를 베는 우직한 농부의 모습이 나온다. 감정 표현도 격하지 않다. 목숨 같은 소가 죽어가는 모습에 누구보다 가슴 아팠을 농부지만 “낭패래”라는 한마디가 감정 표현의 전부다.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서툴고 투박한 모습이 더욱 짠하고 진심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해준다. 막장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준다면 각박한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이들의 순수하고 소박하고 진실된 모습 역시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