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가 매번 비슷한 역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번 그 벽을 넘어보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 지난 13일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작발표회 때 배우 한지민이 한 말이다. 최근 안방극장에서 스타들의 연기 변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드라마 제작환경이 어려워지고, 스타 파워가 약해진 시점에서 스타들의 이 같은 변신은 위기의 한 돌파구와 함께 새로운 볼거리가 되고 있다. 청순한 외모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캐릭터를 맡아왔던 한지민은 사극 ‘이산’ 이후 SBS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을 통해 새터민 오영지 역으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배역을 하기 위해 부딪혔던 벽은 바로 북한말이었다. 그는 오영지를 소화해내기 위해 3개월 간 함경도 말과 중국어 연습에 심혈을 기울였다. 실제 새터민 출신 선생님이 한지민의 차량 이동이나 식사 시간에도 함께하며 한지민의 말을 교정하고 지도했다. 신현준은 ‘카인과 아벨’을 통해 그 동안 영화 '맨발의 기봉이', '가문의 위기' 를 비롯,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각인됐던 코믹배우 이미지를 벗고, 극중 이지적이고 냉정한 외과의사 '선우' 역할을 통해 카리스마 있는 배우로 다시 거듭났다. 신현준은 소지섭과 함께 극중 배역을 위해 고대 구로병원을 찾아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 사용법’ 이론을 배우며 직접 훈련의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박상원, 전인화, 최명길은 KBS 2TV '미워도 다시 한 번'을 통해 각각 연기변신을 꾀하며 젊은 연기자가 등장하는 드라마들 사이에서도 선전하며 그 인기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박상원은 그 동안 드라마에서 비춰졌던 반듯하고 모범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불륜남으로, 청순함의 대명사였던 전인화와 단아하고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최명길은 각각 차갑고도 카리스마 있는 배역으로 변신을 꾀했다. 이외에도 문성근과 고현정은 각각 SBS ‘자명고’와 MBC ‘선덕여왕’을 통해 생애 첫 사극연기에 도전한다. 문성근은 ‘자명고’에서 고구려왕 대무신왕 역으로 고현정은 극중 치명적인 매력의 왕실 팜므파탈이자 선덕여왕의 최대 라이벌인 미실 역을 맡아 연기변신을 꾀한다. 중견배우 이미숙 또한 ‘에덴의 동쪽’ 이후 ‘자명고’에서 낙랑공주의 어머니인 왕자실 역을 맡아 20여년 만에 사극에 도전한다. 한효주는 퓨전사극 ‘일지매’ 이후 4월께 방송될 SBS 새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자폐아 동생을 둔 여주인공 은성 역을 연기한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잃고 계모에게 재산을 뺏기지만 우여곡절 끝에 성공과 사랑을 이루는 캐릭터다. 한효주는 자폐아 동생을 둔 캐릭터의 심정을 잘 표현해내기 위해 자폐아를 소재로 다룬 TV프로그램이나 다큐 프로그램을 보며 배역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톱스타를 기용해도 시청률 고전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 속에서 아무리 톱스타일지언정 실력을 갖추고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는 게 방송 제작 관계자들과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의 말이다. y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