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일본전에서 이기려면 선취점을 빼앗겨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이번 대회부터 달라진 대회 규정에 따라 일본과 예선과 최종 순위 결정전 등 두 차례 맞붙을 것이 확실시 된다. 벌써부터 일본과의 숨 막히는 혈전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가운데 국가대표 정예멤버가 격돌한 최근 6차례의 일본전에서 한국은 4승2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제1회 WBC 2승1패, 2007년 12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 1패, 베이징올림픽 본선 2승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이 거둔 4승 중 3승이 선취점을 빼앗긴 뒤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한국은 2006년 3월16일 미국에서 열린 WBC 2라운드 일본전에서 유일하게 선취점을 잘 지켜 2-1로 이겼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0-0인 8회 이종범의 2타점 좌중간 2루타로 결승점을 뽑았다. 나머지 승리는 모두 화끈한 역전 쇼였다. 이 때문에 역대 일본전은 먼저 점수를 내준 뒤 경기 후반 동점과 역전을 벌이는 피 말리는 경기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 생생한 2006년 3월5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WBC 예선 3차전. 2승으로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양 국의 1,2위 결정전이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7회까지 1-2로 뒤졌다. 우익수 이진영의 그림 같은 수비가 아니었으면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질 아찔한 상황이었다. 한국은 1회 1실점한 뒤 2회 일본 가와사키에게 1점 홈런을 허용해 0-2로 끌려갔다. 5회 이병규의 희생플라이로 간신히 1점을 따라붙은 한국은 8회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1사 1루에서 이승엽이 일본 투수 이시이로부터 통렬한 우중월 2점 홈런을 토해낸 것이다. 한국의 3-2 승리. 한국은 그러나 일본과 3번째로 붙은 4강전에서 0-6으로 완패했다. 6회까진 0-0으로 평행선을 그었으나 7회 김병현이 후쿠도메에게 선제 우월 2점 홈런을 맞는 등 한꺼번에 5실점, 역전승의 희망을 포기했다. 한국의 일본전 역전극 하이라이트는 지난 해 8월 열린 베이징올림픽이었다. 8월16일 예선 3차전. 한국은 6회 일본 아라이에게 2점 홈런을 맞아 0-2로 끌려갔다. 7회 이대호의 되갚기 2점 홈런으로 균형을 맞춘 한국은 9회 3점을 보태 전승우승의 기틀을 마련했다. 5-3 승. 8월22일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한국과 일본. 일본은 2006년 WBC 때의 재현을 기대하며 준결승 파트너로 한국을 택했다. 우리로선 자존심이 크게 상했지만 실력으로 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또 다시 일본에 밀렸다. 1회 니시오카의 내야안타에 이은 이승엽의 주루방해 등으로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4회엔 한국 선발 김광현이 아오키에게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더 허용해 0-2로 뒤졌다. 6회 이진영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한국은 8회 이승엽의 우월 결승 2점 홈런 등으로 대거 4점을 뽑아 6-2의 통쾌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지금까지 일본전 승리공식을 살펴보면 초반 1~2점을 내주면 기어코 경기를 뒤집는 뚝심을 보여줬다. 단 추가점을 절대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3점 차 이상으로 벌어지면 역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이 일본전에서 유독 역전승이 많은 것은 강인한 정신력 때문이다. 1~2점을 빼앗기면 잠재돼 있던 승리본능이 폭발해 실력이상의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왔다. 이번 WBC 일본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다시 한 번 극적인 역전 쇼로 국민들의 애간장을 녹일 것인지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역전승을 거둔 한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