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자보다는 호타자". 하라 다쓰노리(51, 요미우리) 감독이 이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대표팀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일본대표팀은 지난 21일 일본 미야자키 산마린스타디움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첫 실전에 나섰다. 그 결과 일본대표팀은 10-0으로 요미우리를 완파,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하라 감독은 이날 다소 뜻밖의 기용을 발표했다. 톱타자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 2번 나카지마 히로유키(세이부), 3번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을 차례로 내세운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러나 4번에 대표팀 최연장자인 이나바 아쓰노리(37, 니혼햄)라는 의외의 카드를 내보였다. 이나바는 3점홈런 포함 4타점을 올려 성공적인 4번타자로 활약했다. 이에 에 따르면 이토 사토무 종합코치는 "하라 감독이 목표로 삼고 있는 야구에 장타는 필요없다"며 "연결할 수 있는 확실한 4번이 필요하다. 이나바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질 수 없는 싸움의 4번은 강타자보다 호타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기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페넌트레이스라면 몰라도 국제대회 혹은 상대투수와의 대결 경험이 거의 없는 단기전일 경우에는 확실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나바는 하라 감독에게 적합한 4번으로 꼽히고 있다. 이나바는 지난해 127경기 중 66경기에서 4번타자로 뛰었다. 시즌 타율은 3할1리(20홈런, 82타점)였지만 4번타자로는 3할2푼8리로 더 좋은 기록을 올렸다. 11개 홈런에 51타점을 기록했다. 파괴력과 정확성을 동시에 지녔다. 아직 연습경기에 불과한 만큼 2년 연속 홈런왕 무라타 슈이치(요코하마), 지난 2006년 제 1회 대회 WBC 4번 마쓰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 요미우리 중심타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 등 기존 4번 후보의 기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나바가 4번을 맡음에 따라 더블 테이블 세터진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아오키-나카지마가 첫 번째로 밥상을 차린다고 보면 스즈키-이나바는 두 번째 테이블 세터진이 되는 셈이다. 4번의 의미보다는 5~6번에 포진할 거포에게 좀더 찬스가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이나바의 4번은 곧 '천재타자' 이치로가 3번이라는 것과 연관된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톱타자와 2번타자가 범타로 물러난다 하더라도 이치로가 2사 후 안타로 찬스를 만들고, '확실한' 이나바의 짧은 안타와 이치로의 빠른 발을 이용해 5번 무라타의 한 방으로 대량 득점이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이에 이토 코치는 "실전에서도 이나바의 4번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하라 감독은 1~3번 타자를 출루율 높은 선수로, 4~6번 타자에 팀 타격을 할 수 있는 선수를 내세워 확실하게 득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1~3번 타자는 4회까지 3안타 2볼넷 5득점하며 하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날 경기는 특히 왼손 투수에 대비한 라인업이었다는 점에서 일본전 등판이 유력한 김광현(21, SK)을 비롯해 류현진(22, 한화) 등 좌완 선발진이 많은 한국팀에게도 관심사였다. 한편 하라 감독은 경기 후 "결과는 관계 없다"면서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있다는 점이 최고의 수확"이라고 순조로운 조정에 미소를 지었다. letmeout@osen.co.kr 이나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