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얄궂은 운명이다. 프로 입단 동기생이지만 한 자리를 놓고 주전 경쟁을 펼치는 형국이다. LG 트윈스의 프로 8년차 외야수들인 우타자 안치용(30)과 좌타자 박용택(30)이 불꽃튀는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해부터 경쟁구도를 형성한 둘은 사이판 전지훈련에 이어 오키나와 전지훈련까지 한 치 양보없는 외야수 주전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LG 외야진에서 남은 자리는 하나이다. 우익수에는 FA로 영입한 ‘국민 우익수’ 이진영이 붙박이로 예고돼 있다. 그리고 중견수로는 발 빠른 톱타자인 ‘슈퍼소닉’ 이대형이 이변이 없는 한 차지할 전망이다. 따라서 남은 한 자리는 좌익수 뿐이다. 여기에 경쟁자들이 박용택과 안치용 뿐만 아니라 지난 해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좌타자 김광삼, 신예 좌타 거포로 떠오른 좌타자 이병규 등이 호시탐탐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안치용과 박용택이 주전 자리에 가장 근접해 있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LG의 간판스타였던 박용택이 ‘붙박이 외야수’로 고정이었지만 지난 해 부상으로 빠진 사이 안치용이 치고 올라왔다. 안치용은 작년 5월 박용택이 부상으로 빠지자 1군에 올라와 돌풍을 일으키며 ‘늦깎이 스타’로 탄생했다. 둘은 올 전지훈련에서 불꽃튀는 경쟁으로 김재박 감독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감독은 “둘다 현재 페이스가 좋다. 훈련 태도도 진지한 것이 마음에 든다”며 둘의 경쟁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비록 주전 외야수에서 밀려나는 선수가 나와도 지명타자 자리에서 또 한 번 불꽃을 튀기게 되므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명타자로 밀리면 용병 페타지니를 비롯해 신예 기대주들인 박병호와 이병규, 베테랑 최동수 등과 또 한 번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하는 피곤함이 기다린다. 지난 18일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평가전에서 ‘멀티 홈런’을 터트리는 등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안치용은 “용택이와 동기생이지만 어쩔 수 없다. 올해도 주전 외야수로 뛰겠다. 한 번 잡은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며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다. 프로 입단 후 줄곧 2군에서 머물며 눈물젖은 빵을 곱씹었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태세이다. 19일 요코하마전서 홈런포를 가동, 이틀연속 홈런포를 날려 거포 본능을 과시했다. 신인 때부터 탄탄대로 걸으며 각광을 받아왔던 박용택도 잃어버린 고지 탈환을 위해 독기를 품고 있다. 박용택은 특히 올 시즌과 내년 시즌을 무사히 치러내야 FA 대박을 바라볼 수 있기에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박용택도 사이판서부터 갖고 있는 평가전에서 날카로운 스윙 솜씨를 선보이며 올 시즌을 벼르고 있다. 18일 주니치전서 1안타를 기록한데 이어 지명타자 겸 톱타자로 출장한 19일 요코하마전서는 2루타를 무려 3개씩이나 뽑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아마시절부터 연세대 안치용, 고려대 박용택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둘이 프로에서 다시 한 번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남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거쳐 막상막하의 방망이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둘 중에 과연 누가 주전 외야수로 기용될 것인지 지켜볼만 하다. sun@osen.co.kr 박용택-안치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