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는 팬들은 물론이고 e스포츠 관계자들의 마음을 술렁이게 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공군 입대 이후 개인전서 다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돌아온 '영웅' 박정석(26)이 프로리그 통산 98승째를 올린 것. 이어 출전한 김승현에게 패했지만 생각 이상의 경기력으로 김승현을 몰아붙이며 99승과 100승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높였었다.
2003년부터 프로리그를 꾸준히 보아 온 팬들이라면 이상할 것이 없는 얘기일 수 있지만 2007년 2008년 기나긴 부진의 터널서 헤어나오지 못한 그의 사정을 알고 있는 골수팬들과 관계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희망적인 얘기였다.
2005년 우주 MSL 준우승 직후 박정석은 겁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프로리그 무대는 물론이고 개인리그서도 그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2007년 다음 스타리그 8강 탈락 이후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니던 개인전 13연패의 사슬. 출전만 했다하면 무너지던 그의 모습서 사실 최초 프로리그 통산 100승 달성은 꿈꾸기 어려운 기록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반전이 박정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1월 20일 삼성전자전서 신4대천왕으로 불리우는 송병구전을 승리한 이후 박정석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무려 8승을 올리며 당당하게 공군 팀내 다승 2위로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올렸다.
정수영 전 KTF 감독은 "우주 MSL 패배 직후 박정석의 모습은 정말 초라할 정도였다. 프로리그 개인전 출전서도 자신감을 찾을 수 없었고, 팀플레이 출전에서도 소극적이었다. 활발하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요즘 박정석의 경기력을 관찰하면 예전 전성기 시절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다. 이제 박정석이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03년 프로리그 첫 출범이후 22일 현재 박정석의 성적은 98승 63패. 100승 달성의 맞수였던 이윤열을 4승 차이로 제쳤다. 아직 2승을 남겨두고 있지만 최초 프로리그 100승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아직 한 명도 탄생시키지 못한 대기록이라 욕심도 클 법한 상황서 박정석은 기록에 대한 집념보다는 승부 나아가 인간 박정석이 걸어갈 길에 대한 의연함을 나타냈다.
"100승 최초 달성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훗날 기록으로 평가받는 것을 생각하면 꼭 달성하고 싶은 최고의 기록이지만 지금은 기록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기록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자리에서건 최선을 다하는게 지금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스포츠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프로리그 통산 100승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박정석. 역경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은 그가 프로리그 100승 최초 달성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