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3월5일 개막하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1회 대회에 이어 4강 이상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아니면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할까. 한국 팀 전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개막을 10여 일 앞둔 지금까지도 두 가지로 나눠진다. 8강이 겨루는 2라운드 진출만으로 성공이라는 '냉정한' 평가와, 올림픽 우승의 여세를 몰아 이번에도 정상에 도전할 만 하다는 '희망적인' 분석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진단을 토대로 한국 팀 전력을 살펴본다. 8강만 올라가도 성공이다 사실 국내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팀이 이번 WBC에서 8강이 붙는 2라운드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등 세계 언론에서도 한국을 미국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쿠바 베네수엘라 등 우승후보에 이은 '다크호스' 정도로 지목하고 있다. 투-타 모두 메이저리그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상위권 국가에 비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박찬호 이승엽 김동주 등 그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베테랑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빠졌다. 대신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이룬 한국 팀의 최대 약점은 경험부족과 세기부족. 특히 류현진 김광현이 원투펀치로 나설 투수진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직접 부딪쳐 보지 않아 속단하기 이르지만 아직 세계 정상급 선수를 상대하기엔 정교함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다. 타선에서도 한국 팀 특유의 '발 야구'가 과연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지 미지수다. 1라운드에서 2차례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일본전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베이징올림픽 멤버에 마쓰자카(보스턴) 이치로(시애틀) 등 메이저리그 톱플레이어 5명이 보강됐다. 1년 전과 전혀 다른 팀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전에서 1승이라도 거둘 수 있을 지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국민들 여망대로 일본을 무찔러줬으면 좋겠지만 냉정하게 봐서 우리보다 한 수 위인 것이 분명하다.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4강 신화 재현한다 한국 팀은 중요한 순간 엄청난 응집력을 발휘해 왔다. 비록 객관적 전력에서 밀려도 우리에겐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강한 정신력이 내재돼 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도 4강 이상의 기적을 이뤄낼 것으로 믿는 근거다. 하지만 단순히 '근성' 같은 추상적 힘에 기대는 것만은 아니다. 한국야구는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발전을 했다. 그 힘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젊은 선수들로 새로운 진용을 짜 일부 우려를 자아냈지만 일본 쿠바를 2차례씩 꺾었다. 올림픽 우승의 주역은 엄밀히 따져 이승엽이 아니라 김현수 이용규 이대호 등 젊은 피였다. 한국 팀 투수진 13명 가운데 정대현 손민한 등 2명을 제외하곤 모두 145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린다. 아무리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라 해도 쉽게 쳐낼 수 있는 공이 아니다. 여기에 봉중근 추신수 김태균 이대호 정근우 김광현 등은 세계청소년대회 우승 주역이다. 현재 한국 대표팀엔 어릴 때부터 '야구 영재'로 자라 세계정상에 군림했던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들에겐 '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예전 선배들처럼 큰 무대라고 주눅이 들어 실력발휘를 못하는 '못난 선수'들은 없다.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을 즐길 줄 아는 신세대 마인드가 그들을 대변한다. 한국은 1라운드를 통과할 경우 일본 쿠바 멕시코와 2장의 티켓을 놓고 4강 진출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모두 버거운 상대다. 한국야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로 올림픽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경기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