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쇼’, 토크쇼에 ‘토크’가 없다
OSEN 기자
발행 2009.02.23 12: 00

KBS 2TV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이하 박중훈쇼)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매회 스타들을 초대하고 최근에는 사회 이슈가 됐던 인물들의 출연이 늘고 있지만 오히려 산만한 느낌을 준다. 22일 방송된 ‘박중훈쇼’는 김혜수의 출연과 ‘시민영웅’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지만 6.7%(AGB닐슨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하지만 낮은 시청률 보다 더 큰 문제는 토크쇼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토크’ 가 없다는 것이다. 김혜수는 차분하게 자신의 데뷔 시절의 혼돈과 여배우로서 나이 먹는 것에 대한 의미, 화려한 드레스에 대한 소신 등을 밝혔지만 ‘인간’ 김혜수의 모습을 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김혜수가 전한 내용이 ‘박중훈쇼’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은 갖기 어렵다. 노출을 꺼렸던 스타들이 아무리 박중훈과 개인적으로 절친하다 할 지라고 속내를 여과 없이 시청자들 앞에서 드러내는 건 쉽지 않다. 박중훈 역시 동료로서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해주기 때문에 이야기는 항상 핵심의 언저리를 맴돈다. ‘시민영웅’ 출연에서는 더욱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줬다. 그도 그럴 것이 출연진만 총 11명이었고 이들의 다양한 사연을 30분 안에 풀어낸다는 것은 무리다. 이날 시민영웅으로는 지하철에 추락한 시각장애인을 구한 남학생, 일산 초등학생 납치 미수사건에서 도움을 준 여성이 출연했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타인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의사자의 유가족 4명이 초대됐다. 30분 동안 총 4건의 사연이 소개됐고 11명이 출연했다. 이들 중엔 당시 상황을 웃음으로 회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유가족들은 대부분 눈물 때문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박중훈은 말미에 “의사자들 대부분 가장이라 경제적 어려움이 따른다. 보건복지부 지원금 나오지만 절차 까다롭다. 후원자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지만 시청자들에겐 그들의 어려움이나 지원의 필요성이 전달되지 않았다. 4회 ‘독도사랑’ 편에도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의 서경덕 PD와 최현묵 감독, 독도 유일한 주민 김성도 이장내외, 전 세계를 바이크로 누비며 독도를 알리는 독도 라이더, 독도사랑 티셔츠를 만든 디자이너 조성경이 출연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전하려 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토크’가 부각되지 않았다. ‘박중훈쇼’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게스트 한 명, 한 명의 진실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보여주기’에 급급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mir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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