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제외로 더욱 무거워진 박기혁의 어깨
OSEN 기자
발행 2009.02.23 12: 29

"마인드 컨트롤만 잘하면 (박)기혁이도 충분히 잘 할 겁니다". 10년 간 대표팀 내야의 중심을 책임졌던 베테랑은 엔트리 탈락 순간에도 대표팀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23일(한국 시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최종 엔트리 28인 명단에서 누락, 소속팀의 전지 훈련지 일본 오키나와로 향하게 된 박진만(33. 삼성)은 새롭게 대표팀 주전 유격수로 자리하게 된 박기혁(28. 롯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잘하는 후배니 대표팀에 뽑혔을 것이다. 기혁이의 경우는 어려운 타구를 잘 잡기도 하니 큰 경기서 마인드 컨트롤을 잘한다면 분명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짦은 이야기였지만 그 속에는 박기혁의 보완점이 확실하게 들어 있었다. 박진만은 국내 무대서 활약하는 유격수 중 정면 타구 바운드를 가장 적게 줄여 포구하는 동시에 가장 안정적인 송구를 이어가는 유격수였다. 단순한 운동 능력이 비롯된 것이 아닌, 부단한 연습과 야구 센스를 바탕으로 지능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박기혁 또한 자신의 단점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훈련 초기 왼쪽 갈비뼈 통증을 완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던 그는 박진만과 자신의 플레이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진만 선배는 가장 안정적인 송구를 통해 타자 주자를 잡아내는 수비수다. 포구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자신있다고 생각하지만 난 송구가 불안정하다"라며 송구 능력의 안정도를 최대 보완점으로 자평했다. 뒤이어 박기혁은 "어려운 타구는 비교적 잘 잡아낸다고 생각하는 데 정작 쉬운 타구를 잡을 때 실책이 나온다. 반면 진만 선배는 쉬운 타구도 쉽게 잡고 어려운 타구도 쉽게 잡는 능력을 갖춘 선수다"라며 포구 면에서도 농을 섞어 이야기했다. 자신의 수비 집중도가 아직까지는 박진만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박진만이 반대편 구장에서 짐을 꾸리는 동안 박기혁은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9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갈비뼈 통증이 남아있기에 타격에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수비 면에서는 한 차례 병살 플레이도 만들어내는 등 별다른 약점을 비추지는 않았다. 김인식 감독 또한 경기 후 "유격수는 타격보다 수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포지션이다. 오늘(23일) 보여준 박기혁의 수비력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라며 박기혁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날까지도 박진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김 감독은 "2라운드서나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부상자를 계속 동반하면 선수단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라는 의견으로 인해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표팀서 차지하는 박진만의 비중이 재능만을 믿고 섣부른 책략을 내놓았던 마속급이 아니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동안 WBC 출장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여줬던 박기혁에게 커다란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시즌 유격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차지하며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박기혁이 WBC서 자신의 기량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호놀룰루=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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