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의 선택은 유격수 손시헌(29.두산) 대신 3루수 이범호(28.한화)였다.
김인식 감독은 23일 발표한 제2회 WBC 최종엔트리에서 '10년 대표팀 유격수' 박진만을 제외했다. 박진만 탈락의 외형상 의미는 백업 유격수 박기혁의 주전 입성과 최정 정근우 등 내야진의 멀티 포지션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김인식 감독의 이 같은 결정은 유격수 강화를 포기하는 대신 다양한 선수기용과 3루수 보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집약된다.
당초 박진만이 부상으로 제외될 경우 손시헌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혔다. 손시헌은 유격수 수비 실력에서 박진만의 공백을 최소화할 카드인 동시에 타격과 베이스러닝 등 종합적인 경기력 면에선 오히려 박진만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이 때문에 대표팀 코칭스태프에서도 일찌감치 박기혁은 백업요원일 뿐이며 박진만이 빠질 경우 주전 유격수는 손시헌으로 구상했다. 그러나 최종 결정에서 손시헌이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손시헌의 약점이라면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것. 손시헌은 지난 해 상무소속으로 2군 경기에 줄곧 뛰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에서는 1군 경험이 없는 손시헌의 적응력을 걱정했다.
김인식 감독은 고심 끝에 박기혁을 주전 유격수로 기용하고, 최정 정근우에게 백업 유격수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대신 3루수 요원은 이대호 최정 이범호 등 3명으로 넘쳐나게 됐다.
김 감독은 손시헌을 발탁할 경우 이범호를 엔트리에서 뺄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되면 유격수 자리는 손시헌과 박기혁이 지키게 돼 탄탄해 진다. 반면 추신수가 지명타자, 이대호가 선발 3루수로 나가게 되면 경기 막판 대수비, 대주자 요원이 부족하게 된다.
김 감독은 유격수의 안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작전과 타격강화가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손시헌은 유격수 요원으로 밖에 쓸 수 없지만 이범호는 3루 수비에 대타, 대주자로 고루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시헌의 배제는 많은 우려를 낳게 한다. 야구에서 포수-투수-유격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 라인'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유격수 자리는 수비의 꽃인 동시에 내야진의 사령관이다.
견실한 유격수 수비는 공격에서 안타 몇 개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박기혁의 유격수 수비가 약한 것은 아니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이 전부이다.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를 맡기엔 경험이 일천하며 지난 해 113경기에서 18개의 실책을 기록할 만큼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여러 차례 평범한 땅볼을 어이없이 놓쳐 소속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최정 정근우의 유격수 수비실력은 박기혁보다도 떨어진다. 이들 3명이 지키는 유격수 라인은 역대 국가대표 최약체라 할 만 하다.
김인식 감독의 '손시헌 배제, 이범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아무도 모른다. 김 감독의 구상대로 박기혁이 주전 유격수의 중책을 잘 수행해 내고, 공격의 다양한 루트에서도 성공을 거두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