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재욱 객원기자]21세기 들어 각 팀마다 전력 차가 줄어듦에 따라 매 시즌마다 월드시리즈 우승반지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우승팀인 필라델피아가 21세기 최초의 월드시리즈 2연패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메리칸리그 팀 중 뉴욕 양키스가 20세기 마지막 월드시리즈 연속 우승(1998~2000년)을 이룬 가운데 내셔널리그 팀 중에서는 신시내티 레즈(1975~1976년) 이후 33년간 그 족적을 감췄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필라델피아가 과연 21세기 최초의 월드시리즈 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21세기 월드시리즈 우승팀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200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
-200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2009년 ?
필라델피아가 월드시리즈 무대에 나서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들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정규시즌의 성적이다. 월드시리즈 무대에 나서기 위해서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만큼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한다. 가정이긴 하지만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지구 우승을 놓고 다퉜던 뉴욕 메츠가 후반기 불펜진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결과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다저스가 아닌 컵스가 올라왔다면 이 또한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지 모른다. 여기에 월드시리즈에 탬파베이가 아닌 보스턴이 진출했다면 관록에서 앞선 보스턴이 21세기 최초의 월드시리즈 연패팀이 됐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필라델피아는 지난해 선수들의 능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도 많은 승운이 따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실력이 뒷받침 돼야만 운도 따라준다는 점이다.
올해 필라델피아는 특별한 전력 누수가 없는 가운데 월드시리즈 우승후보 중 한 팀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멤버인 팻 버렐이 탬파베이로 이적했지만 그 자리를 라울 이바녜스가 대신한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필라델피아의 키포인트는 무엇보다도 5선발 투수의 옥석가리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중에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포함돼 있다. 또한 지난해 필리스 최대 강점인 불펜진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던 좌완 셋업맨 J.C. 로메로의 약물 복용에 따른 50경기 출장 정지 처분으로 인해 이 자리를 과연 어떤 선수가 대체할지도 중요하다.
필라델피아가 월드시리즈 무대에 나서기 위해서는 먼저 같은 지구 소속의 뉴욕 메츠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각 구단들이 경제 한파로 인해 선수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데 반해 뉴욕을 연고로 하는 양키스와 메츠는 대형 FA의 영입과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가장 많이 보강했다.
특히 2년 연속 필라델피아에 통한의 역전패로 인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메츠의 경우 올해 강력한 내셔널리그 챔피언 후보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팀의 단점인 불펜진 보강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지난해 62세이브로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운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와 J.J. 푸츠를 영입했다. 따라서 필라델피아로서는 지구 라이벌 메츠와 1차 승부를 승리로 장식해야 한다. 설령 지구 타이틀 획득에 실패하더라도 와일드카드 경쟁서는 뒤지면 안된다.
필라델피아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된다면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단기전 승부에서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험적인 측면에서 내셔널리그 라이벌 팀들에 비해서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포스트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에이스 콜 하멜스는 단기전 승부에서 에이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일깨워 주었다.
필라델피아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되면 객관적인 전력상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들을 상대할 확률이 높다. 21세기 유일하게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보스턴과 올 스토브리그에서 C.C. 사바시아와 A.J. 버넷, 마크 테세이라 등 FA 대어들을 대거 영입한 양키스는 올해 가장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후보 중 한 팀이다.
또한 지난해 월드시리즈 파트너였던 탬파베이도 올해 역시 강력한 라인업을 바탕으로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필라델피아가 대망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전력상 비교 우위에 있는 아메리칸리그 팀들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최종 관문으로 남게 된다.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길이 험난한 가운데 과연 필라델피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메이저리그를 재패하며 내셔널리그 팀으로는 신시내티 이후 33년 만에 월드시리즈 연패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