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제가 보기엔 사직구장에 뚜껑 덮어놓은 것 같던데".
오는 3월 열리는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앞두고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외야수 중 돔 구장 출장 경험을 지닌 선수는 이진영(29. LG)과 추신수(27. 클리블랜드) 둘 뿐이다. 다른 외야 요원들은 저마다 다양한 국제 경기 경험을 쌓았으나 정작 돔 구장서 수비를 해본 선수는 없다.
오는 3월 6일 대만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도쿄 돔서 아시아 예선 1라운드를 치르게 된 대표팀의 숨겨진 과제 중 하나는 돔 구장서의 외야 수비 적응력이다. 주전 중견수로 활약이 예상되는 이종욱(29. 두산)은 돔 구장 수비에 관해 예상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TV로만 접했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잠실 구장처럼 펜스를 타고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낙구 지점 예측은 물론이고 펜스 플레이도 어려울 것 같다. 첫 돔 구장 경험인 만큼 그에 대해서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예정이다"
좌익수로 출장 기회를 갖게 될 김현수(21. 두산)의 이야기 또한 이종욱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현수 또한 이종욱처럼 홈런성 타구가 발생할 시에는 포구를 위해 담장을 올라가는 스타일의 수비를 펼치지만 도쿄 돔 담장은 점프 후 손으로 모서리를 부여잡기에는 너무나 높다.
요미우리의 홈 구장인 동시에 2003년까지 니혼햄의 홈 구장이었던 도쿄 돔은 기압 차로 인해 타구 비거리가 야외 구장에 비해 늘어나는 곳 중 하나다. 외야 관중석으로 들어가기 위해 회전문을 여는 순간 귀가 멍멍해지는 느낌은 기압의 차이를 실감케 한다.
현재 투수 지향적인 삿포로 돔을 홈 구장으로 사용 중인 니혼햄은 도쿄 돔 시절 투수력보다 '빅뱅 타선'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졌던, 타자들의 팀이기도 했다. 구장 안과 밖의 기압 차는 타구 비거리가 늘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파찰음을 포착하기도 힘들게 만든다. 천장이 흰색이라 타구를 눈으로 쫓는 데도 어려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하와이 전지훈련서 유일하게 돔 구장 수비를 경험한 외야수 이진영의 이야기는 달랐다. 2006년 제1회 WBC 및 전 소속팀 SK의 아시아 시리즈 진출로 도쿄 돔 외야를 밟았던 이진영은 "그저 사직 구장에 뚜껑을 덮어 놓은 것과 같았다. 펜스에 붙는 타구가 있다고 해도 실전서 난항을 겪는 일은 별로 없었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야수들의 수비 스타일에 저마다 개성이 있는 만큼 이진영의 이야기만으로 돔 구장에 대한 수비 특성을 포착하기는 힘들다. 낯선 돔구장 외야 잔디를 밟게 될 대다수의 외야수들이 개방형 구장과의 괴리감을 어떻게 상쇄할 지도 WBC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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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훈련 중인 이진영./호놀룰루=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