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꽃보다 남자'는 요즘 시청률 30% 초반을 기록하며 훨훨 날아다니고 있다. 23일 방송분도 AGB닐슨 조사결과 전국 32.4%로 다른 모든 TV 프로를 압도하는 중이다. 전국이 때아닌 '꽃남' 열기로 휩싸여 들끓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 원동력의 주인공으로 3040 가정주부들이 손꼽히고 있다. 여기에 50, 60대 여성들까지 '꽃남' 드라마 시청을 위해 채널을 고정시키는 게 요즘 안방 마님 정서다. 하이틴 드라마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아줌마들 성원 속에 힘을 내는 분위기다.
이처름 '꽃남' 드라마에 아줌마들이 한꺼번에 나선 이유는 중년 주부의 삶과 사고는 지난 세기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 더 이상 '아줌마'로 자신을 한정지은 채 부엌데기와 만족하지 않는 것이 요즘 세태다. '꽃남'을 하이틴만의 전유물로 생각하지 않고 주부의 마음속 갈망을 마음껏 충족시킬수 있는 판타지를 '꽃남' 속에서 풀어가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굳이 자신을 여주인공 고교생 금잔디(구혜선 분)에 대입하지 않더라도 자식 이야기로 풀어갈수 있다는 게 이 드라마의 색다른 묘미다.
실제로 최근 주부들의 모임 화제거리에는 '꽃남'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았던 주부조차 월화 늦은 밤에는 KBS 2TV로 채널을 고정한 채 '꽃남'을 즐겨보며 이같은 사연들이 '꽃남' 홈페이지 게시판과 인터넷 주부 사이트들에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한 주부는 "'꽃남'에는 내가 처녀 시절 꿈꾸던 모든 것들이 들어 있다. 잘생기고 멋진 남자들, 거기에 돈까지 많으니 금상첨화 아니냐"며 '꽃남'에 꽂힌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주부는 "어쩔수없이 질질 짜고 짜증나는 고부간 갈등 드라마를 봤을 뿐이지, 색다른 소재와 스토리의 '꽃남'같은 드라마는 언제든 환영"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3040 미시족에서 불기 시작한 '꽃남' 바람은 50대 이상의 장년층 주부들에게 옮겨붙은 지 오래다. 60대 A씨는 "같은 성당의 구역 아줌마들이 전부 추천하길래 한 번 봤더니 묘한 매력이 있더라"며 최근의 '꽃남' 돌풍이 단지 젊은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 가운데에 급부상하는 스타는 구준표 역의 이민호다. "처음에는 헤어 스타일도 이상하고 어딘지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백마 탄 왕자로 변했다"며 이민호를 보기 위해 '꽃남'을 시청하는 아줌마 팬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동네 미장원 등에는 '이민호 스타일로 어린 아들의 헤어스타일을 바꿔달라'는 엄마들도 부쩍 많아졌을 정도다.
하이틴을 공략하는 내용만으로 시청률 30%를 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꽃남' 돌풍의 가장 큰 원동력은 결국 대한민국을 움직인다는 아줌마들의 호감과 지지를 받은 것으로 방송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한때 주부 전용의 통속 드라마라는 비난 속에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갔던 같은 시간대 경쟁작 MBC '에덴의 동쪽'이 '꽃남'의 등장으로 추락하는 현실도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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