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헌, "10년 넘게 맞을 수는 없잖아요"
OSEN 기자
발행 2009.02.24 10: 29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한 시즌 동안 106⅓이닝을 소화하면서 13패(3승) 5.50의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 더구나 이제 갓 프로에 입문한 어린 투수가 이런 성적을 거둔 후 밝힌 소감치고는 꽤 신선했다. 지난 23일 LG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에서 만난 LG 2년차 투수 정찬헌(19)은 신인 첫 해인 작년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오히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정찬헌은 "작년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정말 많이 맞았다"면서도 이내 곧 "10년 넘게 맞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오히려 미소를 지어보였다. 2008년 루키 중 드래프트 1순위로 LG에 지명된 정찬헌은 시즌 개막전에서 SK를 상대로 4이닝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개막 전부터 각 구단 프로야구 감독들로부터 신인왕 1순위라는 칭송을 받은 터라 '역시 정찬헌'이라는 당연한 찬사가 쏟아졌다. 적어도 그로부터 두달까지는 그랬다. 작년 5월 14일 잠실 히어로즈전(6이닝 1실점)에서 패전을 안았지만 성공적인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다음 경기였던 5월 20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으로 첫 선발승까지 거둬 승승장구하는 일만 남은 듯 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 승리가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후 11연패에 빠졌다. 특히 6월 22일 잠실 롯데전까지 6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패했고 이 기간 동안 방어율은 무려 11.66을 기록했다. 이에 정찬헌은 "멋모르고 던졌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다 선발로 돌아섰을 때는 이미 상대팀 전력분석에 노출됐다"며 "단조로운 구질, 직구 위주 승부였다"고 당시를 냉정하게 자평했다. 이어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무엇보다 팀에 전혀 보탬이 될 수 없었던 지난 시즌이었기에 괴로웠다"는 그는 "하지만 배울 점은 내 것으로 만들고 불필요한 것은 버리겠다"고 오히려 각오를 새롭게 했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는 올 시즌을 대비해 크게 두 가지를 준비 중이다. 우선 투구폼이다. 지난해 진주 마무리 캠프 때부터 와인드업 대신 세트포지션으로만 공을 던지고 있다. 그는 "항상 주자가 있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진다. 와인드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힘에 의존해 던지는 경향이 있다"며 "세트포지션으로 던지면 와인드업일 때와 비교해 힘이 덜 들어가지만 이제는 둘의 구위가 거의 똑같아졌다. 오히려 밸런스도 좋아졌고 컨트롤도 향상됐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또 단조로운 구질을 보완하기 위해 포크볼을 연마하고 있다. 아직 실전용은 아니지만 작년 후반기부터 조금씩 테스트를 거쳤다. 그는 "일단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좀더 확실하게 다듬을 생각이다. 포크볼은 내가 가진 구질을 완벽하게 만든 다음을 위한 것이라 급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난 시즌 후반기 체력이 딸려 팔이 쳐져 나온다는 느낌을 받은 만큼 착실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에 집중하고 있다. 팀내 선발 경쟁에 대해서도 의연한 자세다. "경쟁은 당연하다. 최대한 선발진에 들고 싶지만 무엇보다 올해는 팀이 성적을 거둬야 한다.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는 그는 "10승보다는 한 해 한 해 좀더 나아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최대한 빨리 선발 자리를 꿰차 팀 에이스 노릇도 해보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올 시즌이 작년과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진지한 표정이다. 그는 "2년차 징크스가 있다는데 작년에 못했으니 최소한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고 여유있는 농담을 했지만 곧 "작년은 감독님이 만들어주신 자리였다. 신인에게 계속 1군올해는 나 스스로 자리를 만들겠다"고 굳은 심지를 드러내 보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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