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영웅’황영조 감독, 박사가 됐다
OSEN 기자
발행 2009.02.24 13: 43

‘몬주익 마라톤의 영웅’황영조(39.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가 박사로 거듭났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 온 국민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황영조 감독이 25일 오전 10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졸업식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박사학위 논문은 ‘마라톤의 문화적인식과 활성화 방안 연구’.
황영조 감독은 “박사학위를 받게 되어 제 자신이 뿌듯합니다. 앞으로 한국체육 발전과 체육인 복지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갖고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감독은 또 “오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을 위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황영조 감독이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보스턴 마라톤 우승자인 함기용, 최윤칠 선생 등 10여 명의 육상원로들과 스포츠 스타들의 자원봉사 단체인 ‘함께하는 사람들’의 장윤창 회장(경기대 교수)을 비롯, 이은철, 김원기 등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과 황 감독의 팬클럽인 ‘몬주익클럽’ 회원 등 많은 지인들이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해서 축하할 예정이다.
황영조 감독은 현재 소속팀 선수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24일 오후 학위 수여식 참석차 짬을 내 서울로 돌아온 황영조 감독과 전화를 통해 얘기를 나눠보았다.
-박사학위를 받게 된것을 축하한다. 어려움은 없었는가.
▲지난 1996년 봄에 은퇴하고 곧바로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과정에 들어갔고, 2001년 봄에 박사 과정을 밟기 시작한 지 10년만에 비로소 학위를 받게 됐다. 그 동안 지도자 생활과 병행하는 바람에 애로가 많았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2001년부터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공부에 집중해야 했지만 지도자 생활도 소홀할 수 없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논문의 내용은 무엇인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봤다. 우선 문화적인 인식 측면에서 본 마라톤은 생활체육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고, 마라톤 활성화 방안은 실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서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 것이다. 아시다시피 ‘한국 마라톤은 과연 희망은 있는가’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기록과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할 당시와 비교해도 여건이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예전에 비해 큰 선수가 안나오는 이유는.
▲우선 생활환경이 좋아졌고, 힘든 운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운동 기능을 가지고 있는 어린이라도 부모들 마음은 일단 공부를 시킬 수밖에 없지 않는가. 마라톤 대회 자체는 많고 관심도 높지만 학교체육이 현저하게 위축되다보니 적어도 중학교 때는 대회에 나가야 클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 해야 마라톤이 사랑받고 살아날 수 있는가.
▲어렸을 적에 초등학교에서 가을에 운동회를 하면 청백전 계주에 재미를 느끼고 혼신의 힘을 다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라톤은 릴레이에 또다른 묘미가 있다. 단축이나 역전마라톤같은 경우 지역간, 팀간 경쟁을 불러일으켜서 기록보다 순위 다툼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그같은 박진감 넘치고 묘미를 보여줄 수 있는 대회가 많이 필요하다. 일본의 마라톤이 수준이 높고 활성화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국민 마라토너’로서 바라고 싶은 것은.
▲마라톤은 ‘민족의 스포츠’이다. 우리 민족이 어려울 때마다 마라톤은 국민과 함께했고 희망을 심어줬다. 현실은 안타깝지만, 그럴수록 우리같은 지도자들도 예전의 훈련 방식만 고집할 게 아니라 공부를 해서 보다 나은 훈련 방법을 찾아야한다. 선수들이 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진로 보장이 안된다. 팀 수용 인원도 한계가 있다.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하고, 정책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chuam@osen.co.kr
황영조 감독(오른쪽)이 작년 6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장애인과 함께하는 ‘2008 희망마라톤 대회’에서 임오경(서울시청 핸드볼팀 감독)과 나란히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밀며 출발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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