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잊어 버렸는데 또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이여상(26. 한화)이 2009시즌 또 하나의 '신고 선수 신화'를 써내려가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2006년 동국대를 졸업한 후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지난해 포수 심광호(32)와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한 이여상은 지난 시즌 94경기에 출장해 2할8리 2홈런 15타점 7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이여상의 후반기 성적은 탁월했다.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 이후 3할4리 2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췄던 이여상은 현재 2루 만이 아닌 3루 수비에도 나서며 자신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3루 수비가 낯설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여상은 "대학 시절에도 3루에 서봤었는데요. 괜찮습니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여상에게 지난해 9월 27일 사직 롯데 전은 아픔으로 다가왔다. 3-1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던 한화는 9회말 2사 후 2점을 내주며 3-3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말 최기문(36)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줬고 결국 3-4로 무릎 꿇으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는 이여상의 베이스 커버 미숙이 있었다. 이여상은 9회말 2사 3루서 정보명(29)의 타구 때 다이빙 캐치를 노렸으나 이는 글러브를 맞고 중견수 쪽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나 당황한 이여상은 재빨리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지 못하며 타자 주자를 2루까지 진출시켰고 이는 박기혁(28)의 1타점 동점 중전 안타로 이어지는 빌미가 되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이여상은 "이제 다 잊은 일인데 또 말씀하시면 어떡합니까"라고 웃은 뒤 "그것 때문에 팀이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자책도 많이 했는데 이제 지나간 일인 만큼 빨리 잊고 올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 노력해야죠"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여상이 하와이 전지훈련을 맞아 세운 모토는 '공격보다는 수비'다. 중심 타선에 서는 거포도, 타격에만 집중하는 지명 타자가 아닌 만큼 튼실한 수비력을 갖춰 팀에 공헌하겠다는 뜻이 물씬 배어나왔다.
"공격보다는 수비라는 기치 아래 훈련 중입니다. 수비 뿐만 아니라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 플레이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단 팀 성적이 중요한 만큼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수비 면에서 백재호 코치께서 많이 가르쳐주시는 만큼 최대한 제 것으로 만들어 놓아야죠"
이여상에게 2009시즌 목표를 묻자 그는 '전 경기 출장'이라고 밝혔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목표지만 지난해에 비해 7경기가 더 늘어난 상황서, 아직 주전 자리를 확실하게 굳히지 못한 이여상에게는 더욱 어려운 목표일 수 있었으나 그는 언제나처럼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제일 어렵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부상을 당하지 않는 동시에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고. 그래도 목표를 크게 가져야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는게 아니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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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