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불황으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마음에도 사실 여유가 없다. 관객들은 영화가 주는 오락성과 그로 인한 스릴과 재미를 느끼기 보다는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갖고 싶어 한다. 이런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한 대표적인 현상이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흥행돌풍이다. 총 2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개봉 한 달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그 저력을 과시했다. 개봉 37일만에 100만 관객을 훌쩍 넘었으며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2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워낭소리’에 등장하는 이들은 한 마리 늙은 소와 그 소와 40년을 동고동락한 노부부이다. ‘워낭소리’는 어떤 영화적인 기교 없이 담백하게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고 관객들은 그들의 삶을 보며 몰입돼 간다. 과거 자신들의 부모가 어떻게 나를 키웠는지, 영정사진을 찍을 때의 노부부의 모습, 그리고 소가 마지막 죽음에 이르게 됐을 때의 애잔함 등 이런 정서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렁이게 하며 눈물을 쏟아내게 한다. 이렇듯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또 하나의 영화가 있다. 바로 현재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다. 이 영화가 개봉 되기 전까지 많은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 영화가 이렇듯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것인지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란 듯이 그런 예측을 뒤 업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그 다음주 ‘워낭소리’에 1위를 뺏겼지만 2위를 지키며 100만 관객을 돌파, 순항 중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80세의 나이로 태어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이 사랑하는 여자 데이지와 평생의 시간이 어긋나게 되는 슬프고 신비로운 사랑을 그린 판타지 멜로 드라마이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두고 참신한 소재와 빼어난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력과 영상 음악의 조화 등 최고라는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벤자민 버튼이라는 한 남자의 일생을 연기한 브래드 피트의 열연에 많은 호평을 보내고 있다. 반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해 부진한 영화들도 있다. 영화 ‘마린보이’ ‘핸드폰’ ‘작전’ 등이다. 이 영화들은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마음과 소통하지 못해 외면 받고 있다. 지금 관객들에게 필요한 것은 긴박감 넘치는 스릴과 그로 인한 묘미 보다는 인생의 반추와 여유, 팍팍한 마음을 전환할 수 있는 울림이었다. crysta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