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도 진화한다
OSEN 기자
발행 2009.02.26 14: 41

‘불황’ 이라는 드라마 제작환경이 가져온 새로운 드라마의 흐름 불황으로 어려워진 드라마 제작환경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미드나 일드가 유행하면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은 점점 높아졌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스케일이 큰 드라마가 속속 제작되면서 앞 다투듯 제작비가 증가해왔다. 하지만 최근 방송가가 불황기를 맞이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조금 달라졌다. 높아진 제작비의 타개책으로 드라마의 완성도보다는 자극적인 설정을 중점으로 하는 드라마들이 눈에 띄고 있는 것.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꽃보다 남자’ 등은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연일 30~40%에 가까운 시청률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른바 ‘욕하면서도 본다’는 이들 드라마들은 폭력성 및 비현실적 상황 설정, 간접광고 등으로 현재 방송통신심의원회의 심의 과정에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자극적인 설정은 수레의 톱니바퀴처럼 높은 시청률과 맞물리며 ‘저예산 고효율’을 추구하는 방송사의 목표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다. 과거 완성도를 추구하던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또한 달라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일각에서는 시청률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한 이와 닮은 꼴 드라마가 끊임없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높다. 드라마의 소재가 시청률의 한계에 부딪혀 자극적인 것에만 한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의 시청행태에만 문제를 둘 수는 없는 실정이다. 불황기에 시청자들 또한 환타지로서의 드라마에 빠져들게 되는데 바로 이런 점들이 드라마들이 자극의 한 부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논란의 도마에만 올랐던 막장 드라마들은 현재 진화의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황기에 대한 동조 심리로 시청률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과거처럼 비판적인 입장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전에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거 드라마들이 달리는 바퀴의 속도가 느려서 안의 내용물이 다 보였다면 지금은 그 바퀴의 속도감이 굉장히 빨라서 속이 보이지 않는 것이 예전과는 다른 점”이라며 “가끔 달리다 수레바퀴가 잠시 멈추었을 때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 ‘막장’에 대한 규제보다는 막장을 양산하게 되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y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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