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지원금(?)’… 울고 웃는 창작뮤지컬
OSEN 기자
발행 2009.02.27 08: 24

한국뮤지컬의 창작지원을 위해 2008년 출발한 ‘창작 팩토리’는 예술가에게 직접 제작비를 지원하던 기존 지원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전국문예회관연합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창작뮤지컬의 지원 사업이다. 지난 1월 20일 지원할 작품을 선정하기 위한 심사 쇼 케이스가 열렸고 이튿날, 심사 작품 중 3편의 창작뮤지컬이 선정됐다. 최우수작으로 ‘영웅을 기다리며’가, ‘오월엔 결혼할거야’와 ‘마이 스케어리 걸’이 우수작으로 뽑혔다.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 뮤지컬 제작지원을 받게 된 세 작품의 금쪽같은 지원금은 어떻게 쓰였을까? 1억 원을 지원받아 오픈 런 공연 준비에 한창인 ‘영웅을 기다리며’와 5000만 원 지원금을 뱉어내야만 했던 ‘마이 스케어리 걸’의 사연을 들어보자. ∎ ‘창작 팩토리’…창작뮤지컬 어떻게 지원하나? ‘창작 팩토리’의 공모전은 창작자와 새로운 작품의 발굴을 위한 ‘대본 공모’와 제작 구상 단계의 작품을 시범공연으로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는 ‘시범공연 공모’, 시범공연작 중 우수작을 대상으로 한 ‘우수작품 제작 지원’, 기존 작품을 대상으로 재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재공연 지원’ 등 총 4단계로 구성된다. 지난 1월 20일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의 주관으로 열린 ‘창작 팩토리’의 뮤지컬 심사 쇼 케이스는 두 차례 서면심사를 거쳐 뽑힌 뮤지컬 6편이 시범공연 제작비 지원을 받아 40분가량 압축 공연을 선보였다. 이날 선보인 작품은 김동인의 소설 '광화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솔거의 꿈'(대본-작사-작곡-음악감독-연출 박윤영)과 뮤지컬 '사춘기'의 제작진이 참여한 '낭만에 대하여'(대본-작사 이희준, 연출 김운기, 작곡 박정아, 제작 돌꽃컴퍼니), 핀란드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기발한 자살여행’(연출 임도완, 극작 이수연, 작곡 이지수, 제작 쇼팩),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각색한 ‘마이 스케어리 걸’(대본 강경애, 작곡 윌 애런슨, 연추 변정주), 미혼여성들의 결혼관과 연애관을 담은 ‘오월엔 결혼할거야’(연출 황재헌, 작곡-작사 장소영), ‘영웅을 기다리며’(각본-연출 이현규. 작곡 장소영) 등이 있다. 18개 공모 작품들 중 시범공연을 보인 6편의 작품심사는 공연전문가 김철리, 박용재, 최우성, 유희성, 이승엽, 정현욱, 조석준 7명과 이번 행사를 주관한 전국문예회관연합회 관계자 10명이 했다. ∎‘창작 팩토리’…너도나도 ‘든든한 지원’ 받았을까? 최우수작으로 뽑힌 ‘영웅을 기다리며’는 1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영웅을 기다리며’는 심사결과가 발표되고 이틀 뒤인, 1월 23일 대학로 해피씨어터(옛 바탕골소극장)에서 관객들의 호응 속에서 첫 공연을 올렸다. 20일 공모전 쇼 케이스와 21일 공모전 최우수 당선, 23일 첫 공연까지 초연을 앞두고 수월하게 풀리는 행운으로 ‘든든한 지원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영웅을 기다리며’ 제작사 파파프로덕션의 담당자는 “공모전에 선정됐다는 것부터 ‘창작뮤지컬’로 인정받아 기뻤다”며 “일부러 맞추려는 일정은 아니었지만 공연을 앞두고 좋은 결과였기에 더 뿌듯했다”고 말했다. “뽑히지 않을 일도 미리 걱정하기도 해서 공연일정도 3월 22일까지 하고 막을 내릴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3월 26일 ‘창작 팩토리’에 선정된 작품들의 지원금 집행계획을 발표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영웅을 기다리며’의 초연은 창작부터 제작까지 우리들의 몫으로 이뤄낸 결실이지만 지방공연과 오픈 런은 지원금으로 진행된다. 창작뮤지컬의 초연에서 발생될 수 있는 경제적 손실과 위험성을 순수한 후원금으로 안정적인 재공연을 올리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우수상을 수상한 ‘마이 스케어리 걸’은 3월 6일 공연을 앞두고 지원금 5000만 원을 뱉어내야만 했다. 이유는 ‘창작’의 모호한 기준에 있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뮤지컬로 각색한 ‘마이 스케어리 걸(My scary girl)’이 지난해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 실험 공연 형식으로 노출됐던 것이 문제가 됐다. ‘마이 스케어리 걸(My scary girl)’의 뮤지컬 해븐의 관계자는 “창작이 쉬운 것만은 아니기에 반복적인 워크숍과 실험적인 시도들을 해왔던 것이다. 정식공연으로 올려 진 것은 아닌 데, 문제시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웅을 기다리며'의 지원금 집행계획이 발표되던 26일, 지원작품이 선정된지 한 달이 넘어도 '마이 스케이리 걸'의 지원금 행보는 결정되지 않았다. ‘창작’(創作)은 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지어내는 행위나 독창적으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을 뜻한다. ‘독창성’의 모호한 판단기준은 ‘창작’을 골라내면서 형식에 집착할 위험이 있다. 형식적 ‘창작’에 발목 잡히면 가뜩이나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뮤지컬 제작자들은 제작의지 자체를 꺾일 수 있다. 좀 더 신중한 심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jin@osen.co.kr ‘창작 팩토리’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영웅을 기다리며’(왼쪽)와 우수상을 수상한 ‘마이 스케어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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