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다 던져야 할지 모르겠더라". SK 투수 엄정욱(28)이 확실하게 밝아졌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에 이은 재활로 오랜 공백을 가졌던 엄정욱이 일본 오키나와에 차려진 SK 캠프에서 점점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엄정욱은 지난 20일 우라소에 구장에서 가진 야쿠르트전에 등판, 1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지난 2006년 7월 14일 한화전 이후 3년여를 기다린 첫 실전 등판이었다. 당시 기분에 대해 엄정욱은 "어디다 공을 던져야 할지 몰랐다"고 웃은 뒤 "몸 컨디션도 100%가 아닌 만큼 80%의 힘으로 던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구속은 145km를 찍었다. 이어 엄정욱은 지난 25일 온나손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대결에도 등판했다. 이번에는 2이닝을 소화했고 1피안타 1볼넷 1삼진으로 1실점했다. "역시 80% 정도 힘으로 던졌다"는 그는 "아직 재활 과정에 올 수 있는 통증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몸 상태를 떠나 정신적으로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항상 부상이 재발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부상 전력이 있는 선수들은 누구나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다시 아플 경우 받아야 할 고통은 물론 답답하게 느껴지는 재활 훈련까지 모두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몸은 완벽하게 만들어졌지만 정신적인 두려움 때문에 옷을 벗는 경우도 잦다. 그런 점에서 엄정욱이 재발 두려움에서 벗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엄정욱은 "이번 캠프를 통해 지금까지 2000개 넘게 볼을 던졌다. 그렇지만 아프지 않다. 1군에서 선발로 뛰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있다. 엄정욱은 "시즌에 몸을 맞출 수도 있지만 감독님이나 코치님들 말대로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했다"며 "작년 캠프에서도 아픈 걸 숨기고 욕심을 냈다가 실패했다. 올해는 완벽하게 몸을 만들어 시즌 중반에 꼭 올라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엄정욱은 '와일드씽'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구속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있지만 욕심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하면서도 구속보다는 볼 끝에 더 집중한다"고 밝혔다. 구속 자체보다는 밸런스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구속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것이다. 엄정욱은 최근 다른 투수들과의 대화가 잦다. 언제 마운드에서 공을 잡게 될지 몰랐던 재활 기간 동안에는 자주 없던 모습이다. 그 만큼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최고 구속 161km라는 매력을 지닌 엄정욱의 복귀는 SK 전력 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분명하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letmeout@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