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이대호와 3루 수비. 한국 대표팀의 마지막 고민이다. 투수진도 대부분 본격 궤도에 올라왔고, 야수들의 컨디션도 정상을 향해 근접해 가고 있다. 단 한 가지, 김인식 감독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게 이대호와 3루 수비다. 김인식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단 3경기에만 우익수로 쓸 수 있다. 1라운드 1경기, 2라운드 2경기다. 추신수의 소속 구단인 클리블랜드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다. 추신수가 우익수로 나가면 이대호가 지명타자를 맡으면 되지만 문제는 추신수가 지명타자로 출전했을 경우다. 이땐 이대호가 선발 3루수로 나가야 한다. 192cm, 110kg의 거구인 이대호의 3루 수비는 약한 것이 사실이다. 타구가 정면에서 조금만 좌우로 치우쳐도 빠트리기 일쑤다. 큰 체격에 민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심타자 이대호를 선발에서 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인식 감독은 추신수가 지명타자로 나가면 이대호를 3루수로 기용한 뒤 경기 후반 이범호나 최정으로 교체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대호의 3루 수비는 다른 나라에도 노출돼 있다. 특히 일본같이 상대 허점을 파고드는 능력이 뛰어난 팀을 만났을 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의 빠른 선수들은 이대호 앞으로 기습번트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대호는 이 점을 의식해 발 빠른 타자가 나오면 평소보다 전진수비를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수비 범위는 더욱 좁아진다. 여기에 주전 유격수 박기혁마저 국제대회 경험이 적어 자칫 이대호 박기혁의 '3-유' 라인은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박기혁으로선 3-유간 타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결과적으로 2루쪽 타구에 약해진다. 이대호의 3루 수비 하나가 내야 전체의 '약화'로 번지게 되는 셈이다. 김인식 감독도 이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이대호가 기대 이상으로 3루 수비를 잘해주길 바랄 뿐이다. 2006년 제1회 WBC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원동력은 '철벽 내야'였다. 미국 언론에선 한국팀의 내야진에 '기계 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제2회 WBC를 앞두고 있는 한국팀의 최대고민은 공교롭게도 내야진에 있다. 그 가운데서도 '이대호와 3루 수비'는 한국팀 코칭스태프의 가장 큰 딜레마다. 이대호가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수비 훈련 중인 모습./호놀룰루=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