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에요, 운. 진짜 운이 좋았어요". 김현수(21. 두산)가 날아 올랐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의 6번 타자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현수는 27일(한국 시간) 하와이 대학교 내에 위치한 레스 무라카미 구장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 경기에 6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사사구 2개) 4타점을 기록하며 한화 마운드에 맹공을 가했다. 특히 1-1 상황이던 3회말 상대 선발 윤경영(29)의 공을 밀어쳐 좌월 결승 스리런을 만든 것은 눈에 띄었다.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시원하게 날아가는 타구가 담장 너머 숲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탄성을 자아냈다. 김현수의 타구는 배트 컨트롤에 집중하며 손목을 자유 자재로 이용했다기 보다 원심력을 바탕으로 공에 힘을 제대로 전달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공을 때려낸 후 김현수는 몸의 중심을 1루 쪽으로 치우치는 일 없이 배트를 끝까지 놓지 않은 채 힘을 끌고 나갔다. 장타가 나올 수 밖에 없던 타구였다. 8회 좌중간 1타점 3루타를 때려내던 상황 또한 김현수의 타격 재능을 알 수 있던 순간이었다. 홈런 이후 그는 당겨치면서 장타를 노리기보다 밀어쳐서 안타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4회 잘 맞은 타구는 힘이 끝까지 뻗지 못한 채 좌익수 플라이에 그쳤고 3루타를 때려내기 전에는 좌익수 방면과 3루 측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을 4차례 만들어냈다. 클린업 트리오를 돕는 동시에 찬스를 그대로 이어가는 6번 타순에 맞추기 위한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8회 김현수가 안영명(25)을 상대로 외야 좌중간으로 때려낸 타구는 비와 함께 동반된 강한 바람에 막혀 홈런이 아닌 2루타 성 타구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염두에 두고 공이 배트에 맞은 후 득달같이 달려나간 뒤 3루에 여유있게 안착했다. 11-4를 만든 김현수의 타격 이후 대표팀과 한화는 악천후로 인해 경기를 끝마쳤다. 야간 경기 후 숙소 이동을 위해 짐을 꾸리던 김현수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홈런과 3루타를 만들어내기까지 그가 보여준 타구 궤적과 타석에서의 모습은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던 장면이었다. 하와이 전지훈련 시작 이후 "클린업 트리오에 비해 6번 타순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이야기했던 김인식 감독은 경기 후 "6번 타자로 (김)현수를 내세웠는데 너무나 잘해줬다. 기대했던 만큼 공격력을 발휘해주었다"라며 4타수 2안타(2루타 2개) 4타점을 기록한 5번 타자 이대호(27. 롯데)의 파괴력 못지 않게 불방망이를 터뜨린 김현수를 칭찬했다. 2회 WBC를 준비하는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 중 하나는 3년 전과는 다르게 젊은 선수들이 라인업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하루 값진 경험을 쌓으며 타격 기술을 절차탁마 중인 김현수가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을 지 지켜보는 것도 WBC를 보는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farinelli@osen.co.kr 하와이 전지훈련이 막바지에 이른 WBC 야구 대표팀이 27일(한국시간) 인조잔디가 깔린 하와이 대학 무라카미 스타디움에서 한화와 야간 연습경기를 가졌다. 3회말 2사 1,3루 김현수가 밀어쳐서 3점 홈런을 치고 있다./호놀룰루=손용호 기자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