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습니다. 그만큼 열심히 해야죠". '꽃보다 범호' 이범호(28. 한화)가 생애 두 번째로 맞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시즌 2할7푼6리 19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며 공-수를 겸비한 3루수 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던 이범호는 WBC를 앞두고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수비 훈련과 토스 배팅이 끝난 와중에서도 이범호는 그늘이 진 곳에서 방망이를 다잡으며 자신의 타격을 체크했다. 사실 그는 지난 23일(한국 시간)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기 전까지 유력한 탈락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훈련에 몰두하기 쉬웠을 리가 만무했다. 더욱이 3루를 놓고 함께 뽑힌 '소년 장사' 최정(22. SK)이 엔트리 발표 이전 한화와의 연습 경기 1차전서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공격력을 발휘했기에 무안타에 그쳤던 이범호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어깨 부상을 호소 중이던 박진만(33. 삼성)이 제외되고 최정이 3루 만이 아닌 유격수 백업으로 지명되면서 이범호는 제 포지션인 3루수로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었다. 김인식 감독은 이범호에 대해 "3루 수비는 확실히 (이)범호가 좋다"라며 타격보다 수비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따라서 몸이 유연한 편이지만 수비 중심이 높은 이대호(27. 롯데)가 경기 후반 1루수로 이동한다면 '핫코너' 3루는 이범호의 차지가 된다.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1회 대회 4강 위업을 이뤘던 대표팀인 만큼 이범호 또한 없어서는 안 될 내야수 중 한 명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이범호에게 2009시즌은 더없이 중요하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하는 해인 만큼 WBC에 이어 벌어지는 페넌트레이스서도 장타력과 부드러운 3루 수비를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자신을 믿고 있는 김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한화와의 3년 계약이 만료되는 만큼 팀을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켜야 한다는 중책도 짊어지고 있다. 이범호는 그에 대해 "정말 많은 목표가 걸려있는 2009년이다. 어느 한 가지도 제쳐 놓을 수 없는 만큼 여러모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WBC는 정말 운 좋게 나가게 되었다. 1회 대회와는 확연히 달라진 느낌인 만큼 일단 WBC에 집중해 내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라며 굳게 입술을 깨물었다. WBC와 같은 단기전은 예상치 못했던 선수의 맹활약으로 명운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9시즌 통산 타율 2할6푼2리로 정확성에서 아쉬움을 비췄으나 직구와 몸쪽 공에 대한 확실한 노림수 타격으로 장타력을 뽐냈던 이범호가 두 번째 WBC서 자신의 진가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을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호놀룰루=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