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고 있고, 야구팬들은 들뜨기 시작했다. 2006년에 이어 2회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 재현을 노리는 한국야구 대표팀이 1일 도쿄에 도착했다. 대표팀은 2일과 3일 세이부 라이온즈,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는 것으로 마지막 전력점검을 한다. 6일 대만과의 첫 대결을 앞두고 최상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모든 조합은 끝났다. 타력과 기동력 등 공격력에선 3년 전에 비해 좋아진 반면 투수력과 내야 수비력에선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연 한국 대표팀은 이번에도 '집단 우울증'에 걸려 있는 국민들의 시름을 한방에 날려 줄 것인가. 요즘 국내엔 사회적으로 어느 것 하나 기분 좋은 일이 없다. 연쇄 살인에 납치사건으로 밤기운이 을씨년스럽고, 국회는 매일 난장판 싸움이다. 전무후무한 경제한파에 찌든 서민들의 삶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3년 전 1회 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전 국민을 한 곳으로 모으는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전국 곳곳에서 자발적인 거리 응원전이 펼쳐졌으며, 2라운드가 열린 미국에선 교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에 모여들었다. 일본과의 2라운드 경기와 준결승엔 4만 명의 관중 가운데 한국교민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 우리 국민은 더 확실한 탈출구를 원하고 있다. 그 기쁨이 단지 며칠에 그칠지라도 가슴 벅찬 희열을 맛보고 싶은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일본 심장부에 발을 디딘 한국야구 대표팀은 이런 팬들의 여망을 잘 알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도쿄 도착 인터뷰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고 하면서 한편으론 "단기전에선 정신력이 승패를 가늠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유독 여러 가지 '악재'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대표팀 전력도 김인식 감독이 구상했던 100%보다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1일엔 마무리 후보인 임창용이 갑작스런 타박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우리 젊은 선수들의 넘치는 '자신감'이다. 한국 대표팀은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와 베이징올림픽 우승 주역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에겐 위축감이나 열등감이 없다. 1회 대회에서 '국민 우익수'라는 칭송을 얻은 이진영은 "(박)찬호, (이)승엽이 형이 없지만 뭉쳐서 이기러 왔다"고 의미 있는 말을 했다. 국민들은 이런 한국 대표팀의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채비를 마쳤다. 김인식 감독이 1일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도쿄=김영민 기자 ai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