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장훈(42)이 꿈의 나라로 관객들을 초대했다. 그곳은 음악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밤하늘도 함께 했다. 공연장에 앉아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재미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김장훈이 국립극장 대관을 둘러싼 갈등을 화해로 마무리하고 2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김장훈 원맨쇼 서울앵콜 공연을 열었다. '뚜껑이 열리는 콘서트'라는 기발한 부제 답게 김장훈은 늘 그곳에 있지만 좀처럼 올려보기 힘들었던 '하늘'까지 선물하며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휴식 같은 편안함을 안겼다. 27일 오후 8시 정각에 김장훈은 웃음폭탄을 가득 안고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구준표(이민호)가 하고 나오는 '소라 고동 머리'를 그대로 하고 나온 것이다. 이민호 못지 않은 큰 키에 뽀글뽀글한 소라 고동 머리를 한 김장훈을 보고 관객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이렇게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약 700여명의 팬들은 김장훈과 함께 약 2시간 30분 동안 잠시 하늘과 음악과 친구가 있는, 세상과 떨어진 듯한 이 곳에서 원없이 웃고 목청이 떠나가라 노래를 불렀다. '기쁜 우리 젊은 날' '커플' '오페라' 등 히트곡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 김장훈은 일명 '망한 곡 메들리'로 이번 공연의 또다른 즐거움을 안겼다. 연말 대극장에서 여는 콘서트에서는 미처 들을 수 없었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지는 못했지만 어는 곡 하나 쉽게 흘려버릴 수 없는 그의 '망한 곡들'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그가 망한 곡이라며 '아이 러브 유''행복한가요''햇빛 비추는 날' 등을 들려줄 때마다 관객석 여기저기서는 감동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가 '망한 곡'이라고는 했지만 그 역시도 많은 이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소중한 노래들이었다. 잔잔히 노래를 부르던 김장훈은 "배고프던 시절, 나를 보러온 2~3명의 관객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나는 영화 '워낭소리' 같은 공연을 하고 싶다. 단 1곡이라도 울컥하며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장훈이 이 극장에서 공연을 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 곳에서 공연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곧 관객들의 눈 앞에 펼쳐졌다. 17미터 직경의 원형천장이 열리며 밤하늘이 관객들을 향해 쳘쳐진 것이다. 마치 MT에 온 것처럼 '제주도의 푸른밤'을 '장충동의 푸른밤'으로 개사해 함께 부르며 밤하늘을 보는 그 청량함이란.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치고 귓가를 얼얼하게 했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들으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밤하늘을 보는 그 즐거움은 그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했다. 또 조명을 타고 천정에서 떨어지는 하얀 꽃가루는 마치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 같은 운치를 느끼게 했다. 바로 이 것이 김장훈이 그토록 이 곳에서 공연을 열고 싶어했던 이유였다. 김장훈은 "실내에서 실외로 바뀌는 공연장을 찾았다. 바로 이런 풍경을 여러분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하게 돼 행복하다.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빠름과 느림, 흥겨움과 고요함을 자유자재로 왔다갔다한 김장훈은 "이 곡이 아니면 더 이상 없다 싶을 정도의 곡을 만났다. 올 가을에 대한민국을 뒤엎을 만한 곡으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혀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도 갖게 했다. 본 공연에서 13곡을 선보인 김장훈은 "앙코르는 여러분이 듣고 싶어 하는 노래들을 들려주겠다. 지금까지 '망한 곡' 메들리 때문에 고생을 했다면 이제는 진짜 나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들려주겠다"고 농담을 하며 '나와 같다면''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난 남자다' '세월이 가면''노래만 불렀지' 등으로 본 공연보다 더 뜨거운 무대를 선사했다. '세월이 가면' 때는 관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대미는 역시 '노래만 불렀지' 였다. 힘들던 시절, 그의 야생마 같은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곡은 대미를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렇게 밤하늘이 있고 음악이 있고 웃음이 있었던 김장훈의 공연은 끝이 났다. 늘 따뜻한 그의 공연은 늦겨울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자리잡았다. happ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