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재회였다. 만일 한국대표 이승엽과 일본대표 마쓰자카가 제대로 겨루었다면 어땠을까.지난 1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대표팀과 요미우리의 경기에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 장면이 있었다. 요미우리 5번타자로 출전한 이승엽이 일본의 두 번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과 대결을 펼쳤다. 두 차례 대결했고 볼넷과 2루 땅볼로 무승부였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약관의 마쓰자카는 예선리그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승엽에게 각각 투런홈런과 결승 2루타를 맞고 무너진 아픔이 있다. 이후 이승엽이 일본으로 건너가 퍼시픽리그와 교류전에서 격돌했다. 이후 마쓰자카가 2007시즌부터 메이저리그로 진출, 맞대결은 사라졌다. 이번 대결은 3년 만의 재회였던 셈이다. 3회 첫 대결에서 마쓰자카를 이승엽을 상대로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던졌다. 시즌 때처럼 불같은 강속구가 아닌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포크볼을 시험했다. 이승엽은 여러차례 타구를 걷어내며 응수했다. 마쓰자카는 풀카운트에 몰리자 바깥쪽 변화구로 승부를 걸었으나 이승엽이 속지 않았고 볼넷을 얻었다. 마쓰자카가 이승엽의 존재를 모를 수는 없다. 더욱이 도쿄돔은 구장이 짧아 이승엽의 펀치력이면 또 다시 홈런이 나올 수 있었다.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도망가는 피칭을 했고 이승엽이 속지 않았다. 하지만 5회 두 번째 대결에서는 이승엽이 급했다. 바깥쪽 변화구(초구)를 끌어당긴 끝에 평범한 2루 땅볼에 그쳤다. 호쾌한 일타를 기대했지만 두 선수의 재회는 두 타석만에 싱겁게 끝났다. 더욱이 이승엽과 마쓰자카의 재회는 이승엽의 국가대표 사퇴와 맞물려 아쉬움을 남겼다. 만일 이승엽이 태극마크를 달았다면 숙명의 재대결이다. 도쿄돔 관중석에서 두 선수의 대결을 지켜본 김인식 감독은 더욱 심란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승엽 없이 강한 일본의 투수진을 상대해야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