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여행 예약률 ‘뚝’, 빛바랜 유류할증료 면제 효과
OSEN 기자
발행 2009.03.02 08: 4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필두로 대부분의 외항사들까지 3·4월 유류할증료 징수를 폐지해 가물었던 여행시장에 단비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정작 여행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행업계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3,4월이 올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시기라고 평가했다. 2월까지 예상외의 성적으로 조금씩 수요가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예측도 잠시, 여행사 관계자들은 지난달 이후 급격히 하락한 예약률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올 상반기까지는 저가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국토해양부의 여객부문 유류할증료 적용방식에 따라 양 국적사의 3,4월 유류할증료가 면제돼 3~4월 국제선 항공 요금 인하폭은 미주·유럽 노선이 82달러(약 11만3160원), 중국·동남아 노선이 36달러(약 4만9680원),일본 노선(부산·제주~후쿠오카 제외)이 18달러(약 2만4840원)로 하향 조정된다.
외항사들도 꽁꽁 얼어붙은 한국 시장 상황을 고려해 국적사들의 유류세 면제 움직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동방항공, 베트남항공, 상해항공, 싱가포르항공, 에미레이트항공, 에어뉴질랜드, 에어캐나다, 일본항공, 전일본공수, 타이항공 등은 3, 4월 유류할증료 징수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일본 국적사들은 3개월에 한 번씩 유류할증료 적용 요금이 변경되나 현재는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이달부터 한일 구간에 한해 유류할증료를 면제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발권하거나 도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연결편에 대해서는 일본 시장 기준에 맞춰 유류할증료를 징수하고 있다. 이는 유류할증료 징수를 폐지하는 대부분의 외항사들도 마찬가지. 싱가포르항공은 인천~밴쿠버 구간 유류할증료를 받지 않으나 이원구간은 종전대로 적용된다.
이에 반해 에어프랑스는 유류할증료를 소폭 낮춘 데 그쳤다. 에어프랑스는 본사에서 장거리 구간의 경우 110유로를 받고 있으나 한국은 50유로로 책정했다. 이외에 KLM네덜란드항공은 종전처럼 서울~암스테르담 구간은 왕복 기준 41달러를 부과하며 이 구간을 제외한 장거리는 102달러를 부과한다.
전반적으로 유류할증료 폐지가 발표됐음에도 정작 항공사에서 2월까지 제공했던 특가가 정상가로 바뀌면서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하폭은 1~2만원 정도로 미미하다는 게 여행사들의 의견이다. 베트남항공의 경우 3~4월 로드율도 안정적일 것으로 보고 특가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베트남항공 관계자는 “불경기로 시장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 항공기 규모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공급량을 줄였으나 예상외로 수요가 많아 3월 로드율이 80%가 넘는 등 선전했다”며 “4월 성적도 양호해 특가는 당분간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항공을 이용하는 수요는 경기 흐름을 덜 타는 FIT가 그룹에 비해 1.5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자유여행 목적지로 베트남이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타이완 지역 여행사 관계자는 “2월까지는 생각지도 않은 봄방학 수요가 밀려들어 우려했던 것보다는 선방했다”며 “그러나 타이완 시장의 본격적인 성수기에 해당하는 3~4월 예약은 한주를 사이로 확연히 줄어 위축된 소비심리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비수기 때 항공료가 16~18만원이었는데 유류세가 면제된 이달부터는 정상 그룹 요금인 20만원으로 올라 사실상 큰 변동이 없다”며 “환율이 예년만큼 떨어지지 않는 이상 고객들이 실감할 정도의 가격 변동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몇주 사이 또다시 환율오름세가 지속돼 달러베이스로 결제하는 외항사들의 경우 환차손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어 항공사들 역시 치솟는 환율에 큰 시름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리드타임이 짧아지고 있는 등 고객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저가상품 뿐이어서 여행사들은 마진율을 포기하고서라도 저가상품 판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서는 어떻게라도 소비심리를 깨우려고 저가 상품을 양산해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는 여행사마다 항공 택스가 제각각으로 기재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터무니없는 상품가격을 내놓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후 추가 징수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판매가 판을 치고 있어 여행에 대한 고객의 불신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유류할증료 징수 폐지라는 희소식이 3, 4월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는 예약률에 묻혀 적자폭을 불려가고 있는 여행업계에 ‘환율완정’만이 시장을 정상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여겨지고 있다.
[글 : 여행미디어 김승희 기자] bom@ tourmedia.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