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어색한 대결, 복잡한 심정 이승엽
OSEN 기자
발행 2009.03.04 07: 58

"복잡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지난 3일 한국대표팀과 요미우리의 평가전을 마친 뒤 한 일본언론들은 이승엽이 모국을 상대로 2타점 결승타를 때려내 3-0 완봉승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승엽의 마음은 복잡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이승엽이 등장하면 도쿄돔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1루측의 한국관중석과 3루측의 요미우리 관중석에서 동시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양측 모두 이승엽을 연호하면서 홈런을 주문하기도 했다. 국제대회에서 양쪽 관중의 동시 응원은 흔치 않은 일. 국가대표 4번타자를 사퇴한 이승엽의 복잡한 위치 때문에 빚어진 광경이었다. 경기전 이승엽은 한국대표팀 코치진에 다가와 인사한 뒤 담소를 나누었다. 자신의 최근 근황과 컨디션을 이야기 했다. 아마 속으로는 한국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기를 바랬을 것이다. 김태균의 성장으로 자신의 공백을 메우자 상당히 기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펼쳐지자 요미우리 5번타자로 출전, 1회초 오른쪽 담장을 맞히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5회에소 투수 강습타구를 날려 두 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6회부터는 덕아웃에 들어가 경기를 관전했다. 아마 요미우리보다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한국팀 타자들이 화이팅을 해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경기후에도 이승엽은 복잡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날 경기후 인터뷰는 이하라 하루키 감독대행과 선수 한 명 등 2명으로 예정됐다. 평소라면 수훈갑 이승엽이 함께 자리를 했을 것이다. 결승 2루타를 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엽 대신 다른 선수가 나왔다. 이승엽은 한국취재진과의 접촉도 삼가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사퇴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 괜한 구설에 오르는 것이 오히려 대표팀 혹은 요미우리에게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대표팀과의 어색한 대결을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범경기 출전에 나선다. 그는 "경기를 거듭하면 페이스가 좋아질 것이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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