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동녀의 봄’, 민족의 혼을 담은 '죽음의 연극'
OSEN 기자
발행 2009.03.04 10: 01

2007년 11월 타데우즈 칸토르(Tadeusz Kantor)의 작품 ‘빌로폴 빌로폴’을 우리 역사의 무대로 옮겨 국내에 처음 선보인 ‘두드리두드리’가 ‘동녀의 봄’(연출 채승훈)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동녀의 봄’은 2008년 5월에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참가해 ‘작품상’과 ‘신인연기상’을 수상했고 그 해 6월에는 세계적인 연극제인 ‘루마니아 바벨 국제 연극제’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연출가 채승훈은 이 작품을 통해 ‘죽음의 언어’를 실험하고자 했다. 연출가가 말하는 ‘죽음의 언어’란 배우들의 비틀어진 몸 동작과 소리를 통해 억눌린 삶을 살았던 영혼들에게 다가가는 언어를 말한다. 연극에 펼쳐지는 표현들은 역사나 역사의 주체에 대한 비판이자 저항의식의 표현들이다. 무대에는 탁자와 의자들이 난잡하게 흩어져있다. 무대 위에 오직 ‘나’만이 멀쩡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연극은 무대를 통해 ‘나’의 기억을 드러낸다. ‘나’는 어릴 적 가족들을 기억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식으로부터 어머니의 일생, 가족의 비극적 상관관계 등을 기억해간다. 작품에서 ‘나’의 기억 속 어머니는 민족의 희생자를 대변하고 가족은 이기적인 민중을 그려낸다. ‘나’의 기억으로 표현되는 무대는 6.25전쟁과 군사독재, 정치사회적 억압과 수탈, 굴욕과 기만, 배신 등을 담아낸다. 연극의 핵심은 전쟁의 처참한 기억, 대량학살과 그에 따른 인간성 상실을 통해 민중의 고통과 비극적 역사의 계속되는 악순환, 폐허와 주검들, 고통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정의된다. 이 작품은 20세기 현대 예술의 조건을 형성했다고 추앙받는 폴란드의 연출가 타데우스 카토르의 작품을 통해 폴라드 역사와 우리나라 역사의 유사점을 착안해 번안된 작품이다. 칸토르의 ‘빌로폴 빌로폴’을 우리 정서에 맞게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각색해 지난 사건들을 재연한다. 박종상, 심철종, 하경화, 박정근, 소희정, 김태성, 우영민 등의 배우가 열연하는 연극 ‘동녀의 봄’은 대학로 복합문화 공간 아르코시티극장의 Pre-open 기념공연으로 선정돼 3월 11일부터 3월 22일까지 아르코시티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jin@osen.co.kr 연극 ‘동녀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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