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가져봤어? 아님 말을 하지 마!”
OSEN 기자
발행 2009.03.04 16: 30

[건강칼럼] “그 정도면 평균 사이즈인데요. 굳이 수술할 이유가….” 지난해 초겨울, 한 환자가 찾아왔습니다.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직장 남성이었지요. 누가 봐도 ‘훈남’으로 통할 만큼 멋진 외모를 갖고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꺼내는 말이 성기확대를 하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평소 사이즈와 발기 시 사이즈를 들어보니 한국 남성의 평균치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굳이 성기확대를 할 필요가 없다는 투로 제가 물었지요. 하지만 되돌아보는 답은 짤막했습니다. 그리고 단호했고요. “아니요. 성기 확대 수술을 하고 싶습니다.”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저는 더 이상 물을 수 없는 분위기였지요. ‘기능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그저 정신적인 문제일 뿐이다’ 등의 말을 해봤자 귓등으로 들을 게 뻔해 보였습니다. 비뇨기과 문을 두드리기까지 개인적으로 얼마나 많은 나날을 고심했을까 싶었습니다. ‘크게, 더 크게!’ 요즘 모든 분야에서 큰 것을 뛰어넘어 거대한 것을 추구합니다. 여성들의 가슴 성형수술도 그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더불어 남성들 역시 점점 더 큰 것을 갈망하는 시대입니다. 과거만 해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크기를 어찌할 도리가 없이 숙명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현대의학의 진보에 따라 성기확대나 귀두확대 등 온갖 남성수술이 장족의 발전을 이루면서 맘만 먹으면 가능한 시대가 됐습니다. 어쩌면 남성들의 큰 것에 대한 열망은 인간의 DNA로 면면히 이어져와 우리 몸 곳곳에 박혀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원시시대, 종족번식은 생존의 이유였으며 다산은 최고의 권력을 상징했습니다. 따라서 튼튼한 씨를 보장하는 크고 강한 남성의 대물이야말로 선망과 숭배의 대상이었겠지요. 그 크기가 사람의 크기는 물론,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기도 했을 겁니다. 이 때문일까요. 유물을 통해 추정해보면 남성의 길이는 점점 진화해 왔다고 합니다. 잠시 샛길로 들어갔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난 겨울 성기확대 수술을 받은 그 남자가 최근 예약도 없이 불쑥 찾아왔습니다. 지나는 길에 수술한 부위가 잘 아물었는지 들렀다기에 한번 검진하고 나서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습니다. “이제 만족하세요?” “원장님, 몸에 대포 가져봤어요, 아님, 말을 하지 마세요. 그 기분 아무도 모릅니다.” 수술 당시에는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는 양 도통 말이 없던 점잖은 남자가 입을 여는데 가히 청산유수였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수술하려고 했는지 그 사연이 궁금해 귀를 쫑긋했습니다. 그의 한번 뚫린 입은 구구절절 사연을 털어놓더군요. “저, 나이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젊은 치기로 성기확대 한 거 절대 아니라는 얘기지요. 또 남의 것이 옆으로 내려다보기에 더 커 보인다는 것도 압니다. 그리고 이미 자식 둘이나 있고, 부부관계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근데 대체 왜 했는지 궁금하시지요?” “….” 가타부타 대답을 안했는데도 그는 신나서 말을 이어갑니다. “평균치가 꼭 크다는 얘기는 아니지요. 청소년 시기부터 남보다 작다는 생각에 공중목욕탕이나 사우나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옷 벗는 것을 꺼리게 되더군요. 왠지 움츠러들게 되고요. 요즘은 어떠냐고요. 살맛이 납니다. 거추장스럽게 왜 옷을 입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다 벗고 다니면 좋을 텐데. 크크크. 다 들이대고 싶습니다. 주머니 속에 권총이 있다고 가정해보세요. 후미진 골목을 가도 겁날게 없잖습니까. 매사 자신만만하게 되지요. 한마디로 자신감 ‘만땅’입니다.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이 살아난다면 믿으시겠어요?” 수술에 만족스러워 하는 그를 보고 저 역시 기뻤습니다. 그리고 한 개그맨의 말투를 흉내 낸 그의 말이 한동안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몸에 대포 가져봤어요? 아님 말을 하지 마세요. 그 기분 아무도 모릅니다!!!” [글: 임헌관 비뇨기과 전문의(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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