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하다보면 기회는 오겠죠". 프로 3년차 투수 윤성길(25, SK)이 올 시즌 기교파 투수로 변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우완 투수 윤성길은 철저히 무명이다. 지난 2007년 LG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를 밟았지만 1년의 재활훈련과 또 1년 동안의 2군 생활로 아직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시즌을 마친 후에는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고 SK와 계약, 새로운 야구인생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윤성길은 포기하지 않은 채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는 "SK처럼 마운드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동안 아팠던 팔꿈치 통증이 사라진 만큼 이제 나 자신을 믿고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효천고-성균관대를 졸업한 그는 대학 2학년말 피칭 도중 팔꿈치를 다쳤다. 직구 최고 스피드가 147km에 이르던 것이 이제는 140km대 초반으로 뚝 떨어진 상태다. 대신 그는 다양한 구질의 공을 탑재한 완급 조절을 통해 타자와의 승부 요령을 차츰 깨닫기 시작했다. 기교파 투수로 변신한 것이다. 실제로 오키니와에서 가진 연습경기에서도 등판, 실점없는 경기를 펼쳐 코칭스태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오버 핸드와 쓰리쿼터 두 가지 투구폼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1개 정도를 빼고 넣을 수 있을 만큼 한층 안정된 제구력이 일품이라는 평이다. 무엇보다 투심, 커브, 슬라이더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 타자들을 내야 땅볼로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이 우수해 1군 전력에 근접한 상태다. 상체 위주, 힘에 의존하는 피칭에서 벗어나 밸런스를 이용하는 투구가 돋보여 경기 경험만 쌓이면 1군에 올려도 손색이 없다는 칭찬을 듣고 있다. 훈련이 끝난 후에도 홀로 쉐도우 피칭에 전념하고 잘 되지 않는 부분은 투수코치에게 묻는 적극성으로도 점수를 따고 있다. 윤성길은 "더 이상 야구를 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김성근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다"며 "SK에 와보니 선수들의 개인 역량도 뛰어나지만 개인보다는 단체를 강조하는 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또 그는 "훈련량이 많다고는 하지만 낙오되지 않고 견뎌온 만큼 자신감이 생긴다"며 "2군에서 시즌을 맞겠지만 일단 1군을 목표로 삼겠다. 패전이라도 아프지 않고 팀에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항상 기회가 오면 잡는다는 생각으로 긍정적으로 운동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김성근 감독은 "예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다"며 윤성길을 눈여겨 보고 있음을 밝혔다. 성실함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윤성길이 8개 구단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다고 평가받는 SK 마운드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