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야구팬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5일 개막된다. 1회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한국은 이번 대회를 맞아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대회가 임박하면서 곳곳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제2회 WBC는 국제대회 사상 가장 잡음이 많은 경우로 기록될 것 같다. WBC를 앞두고 야구팬들의 관심을 반감시키는 ‘3가지 요인’을 짚어본다. ▲국민들의 시청권 박탈 시청자들은 이번 대회 한국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없는 사상초유의 황당사건을 겪게 됐다. WBC 조직위로부터 중계권을 산 콘텐츠 공급업체 IB스포츠가 비싼 값에 국내 지상파 방송에 재판매하려 했지만 끝내 KBS 등과 계약이 결렬됐다. 시청자들은 국내 최고인기스포츠이자 국민적 관심사인 이 대회를 유료 인터넷 채널을 통해 봐야 한다. 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WBC는 보편적 시청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WBC가 생중계되지 않음에 따라 국민들의 관심도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회 대회 때와 같은 거리응원은 생중계가 안 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일부 야구팬들은 "중계방송도 못 보는데 일찌감치 떨어져 버려라"며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선수 출전권한 없는 대표팀 코칭스태프 김인식 감독은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둔 4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출전을 감독이 결정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서다. 추신수가 2일 훈련 중 왼쪽 팔꿈치에 통증을 일으키자 소속구단 클리블랜드에서 '출전불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추신수 자신은 대회 출전을 원하고 있지만 결국 WBC는 클리블랜드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정 의사를 파견해 정밀진단을 하기에 이르렀다. 추신수의 출전여부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 그리고 지정 의사 3자의 결정에 따라 판가름나게 됐다. 여기에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 국내 야구팬들은 너무도 생소한 이 같은 현상을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WBC의 개최의도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이미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갖가지 개인사정으로 이 대회 출전을 포기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각국 국기를 달고 경쟁한다는 의미는 퇴색했다. 더구나 WBC의 추신수에 대한 조치를 대하면서 이 대회는 국가적 대항전이 아닌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시범경기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야구팬들은 추신수의 사례에서 드러난 WBC의 한계를 보면서 대회 흥미를 잃고 있다. ▲대형스타 부족 한국은 추신수와 임창용(야쿠르트)을 제외한 순수 국내파로 구성돼 있다. 상위권 후보로 꼽히는 국가 가운데 토종 선수로만 구성된 팀은 쿠바와 한국 뿐이다. 대만도 미국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여기에 한국은 그 동안 대표팀을 이끌어왔던 박찬호 이승엽 김동주 박진만 등 스타 선수들이 줄줄이 빠졌다. 베이징올림픽 멤버가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국민들의 시선을 확 끌어줄 스타선수가 없다. 1회 대회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스포츠 스타는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러 차례의 검증과 계속된 활약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야구팬들 눈에 시선이 꽂히는 선수가 없다는 점은 흥미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 한국은 몇 차례 연습경기에서 드러났듯이 강한 흡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자칫 국민의 관심과 동떨어진 대회, 밋밋한 경기가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