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인연의 끊을 놓지 못한 두 남녀의 애닳픈 마음을 사랑이라고 말해야 할까 불륜이라고 말해야 할까. 분명 남자에게는 아내가 있기에 아내가 아닌 다른 여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분명 불륜이다. 그런데 그 남자와 그 여인을 보고 있으면 그대로 애처롭고 또 한없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들을 응원하기에는 그 남자의 아내의 마음 또한 얼마나 절망적일지 짐작이 간다.
5일 KBS TV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 2009' (조희 극본, 김종창 연출) 10회가 방송됐다. 정훈(전인화 분)과 혜정(전인화 분)은 30년 동안 이어온 인연을 끊고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헤어지기로 결심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게 아니었다.
헤어지기로 결심한 혜정과 정훈은 "헤어지려다 보니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둘의 마음이 연민도 집착도 아니라고 생각하자. 어린 시절 부터 시작된 우리 둘 감정, 사랑이었던 거지. 불행한 일이 그런 우리 둘을 어그러지게 했다. 그동안 사랑으로 위로가 됐다는 사실 잊지 말자. 왜 우리 사랑이 여기서 끝일까 생각지 말고 사랑을 넘어서 우리 둘 다 보다 넓은 아량으로 좋은 삶을 위해서 잠시 떨어져 있자고 생각하자. 세월이 지나면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헤어지기로 했지만 너무 늦은 이별이었다. 이미 명인(최명길 분)과 민수(정겨운 분)가 다 알고 난 후였다. 민수는 정훈과 혜정이 포옹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정훈에게 다시는 어른 노릇 하지 말라며 경멸한다고 독한 말들을 쏟아냈다. 명인은 명인대로 혜정과 정훈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첫사랑을 잃고 심장이 없는 얼음처럼 살아온 명인과 그런 명인과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첫사랑을 놓지 못하는 정훈,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의 품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혜정까지 이 드라마의 주인공 그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아 시청자들 가슴은 먹먹 할 뿐이다. 시청자들은 세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이해 못할 인물이 없기에 그들의 처절한 삶에 마음을 배앗기며 곧 다가올 폭풍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happ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