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안-윤색한 연극들, ‘한국적인’ 정서로 쉽게 다가와
OSEN 기자
발행 2009.03.07 08: 23

세계적인 원작을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해 번안-윤색한 연극작품들이 지난해에 이어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오른다. 원작에 충실하되 무대-음악의 연출에서 한국적인 이미지를 가미해 윤색한 극단미추의 ‘리어왕’과 과감히 원작을 압축, 생략, 각색하는 방식으로 우리 역사를 쉽게 풀어낸 ‘동녀의 봄’이 대표적이다. 이 두 작품은 ‘한국적인’정서로 쉽게 다가와 관객의 이해를 돕고 웃음코드에 맞춰 작품의 깊이와 재미를 더했다. 지난해 신극도입 100주년을 맞아 성공적으로 대작들을 쏟아냈던 한국연극계는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작품성과 연출력을 총동원했다. ∎ 극단미추의 ‘리어왕(King Lear)’…탄탄한 원작, 무대와 음악에 한국美 살려 극단 미추의 연극 ‘리어왕’은 이병훈 연출이 지난해 9월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려 ‘2008 대한민국연극대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연극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을 과감히 생략하고 압축해 한국적 이미지로 윤색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장엄한 비극 ‘리어왕’이 마당놀이의 대표주자 극단미추와 만나 한국적 정서가 깊이 담긴 작품으로 무대에 올렸다. 조선시대 누각인 경회루를 응용해 만들었다는 고즈넉한 무대와 대나무 발과 병풍을 이용해 공간을 분리시키는 감각적인 무대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가야금과 대금 등 무대 배경에 깔려있던 악기와 정가의 우리소리는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리듬을 부여해 극의 긴장감을 살렸다. 비극적인 장면마다 의도적인 웃음코드를 적용한 것과 원작의 대사는 유지하되 재치 있게 버무려 놓은 해학적인 대사들도 인상적이다. 이병훈 연출의 ‘리어왕’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멋들어지게 섞어놓은 작품으로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을 우리 정서에 맞게 소화해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살려낸 무대, 극단 미추 ‘리어왕’은 오는 13일부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 극단창파의 ‘동녀의 봄’…원작에서 한국 역사의 유사점을 착안해 번안 기억 속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역사를 무대 위에 올린 폴란드 작가 타데우즈 칸토르(Tadeusz Kantor)의 희곡 ‘빌로폴 빌로폴’을 원작으로 한 ‘동녀의 봄’이 연극으로 올려졌다. 작년 5월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참가해 ‘작품상’과 ‘신인연기상’을 수상했고 그 해 6월에는 세계적인 연극제인 ‘루마니아 바벨 국제 연극제’에 공식 초청되기도 한 작품이다. ‘빌로폴 빌로폴’은 강대국 사이에서 고통을 받았던 폴라드의 역사를 담아냈다. 프로이센과 러시아 사이에서 끔찍한 전쟁을 이겨내고 침략과 지배 사이 억압의 설움을 견뎌낸 사정이 분단의 아픔을 겪는 우리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이점을 착안해 연출가 채승훈은 원작의 배경을 한국의 역사로 각색했다. 무대에는 탁자와 의자들이 난잡하게 흩어져있다. 무대 위에 오직 ‘나’만이 멀쩡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연극은 무대를 통해 ‘나’의 기억을 드러낸다. 작품에서 ‘나’의 기억 속 어머니는 우리 민족의 희생자를 대변하고 가족은 이기적인 민중을 그려낸다. ‘나’의 기억으로 표현되는 무대는 한민족 역사 속의 6.25전쟁과 군사독재, 정치사회적 억압과 수탈, 굴욕과 기만, 배신 등을 담아낸다. 연극의 핵심은 전쟁의 처참한 기억의 편린, 대량 학살, 인간성 상실을 통한 민중의 고통, 비극적 역사의 계속되는 악순환, 폐허와 주검들,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정의된다. 절제된 대사와 상징적인 동작들로 위압적이고 감각적인 무대로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는 ‘동녀의 봄’은 아르코시티극장 대극장에서 11일부터 공연된다. jin@osen.co.kr 극단창파의 ‘동녀의 봄’(위)와 극단미추의 ‘리어왕(King L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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