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킬러'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난타를 당했다. 김광현(21. SK)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출동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서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채 일본전 첫 패전을 겪었다.
김광현은 7일 도쿄 돔서 열린 WBC 1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서 1⅓이닝 동안 56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1피홈런) 8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끝에 2회 무라타 슈이치(29. 요코하마)에게 좌월 스리런을 허용한 이후 정현욱(31. 삼성)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말았다. 대표팀이 끝내 역전에 실패하면서 김광현은 성인 대표팀 합류 이후 일본 전 첫 패전의 멍에를 썼다.
최고 145km의 직구를 선보일 정도로 김광현의 구위는 크게 나빴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김광현은 국내 리그와는 다른 스트라이크 존 적응, 그리고 '허허실실' 전략으로 내세운 볼배합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되고 말았다.
1회 3실점은 모두 변화구 구사로 야기된 것이라 더욱 아쉬웠다. 1회초 선두 타자 스즈키 이치로(36. 시애틀)는 김광현의 가운데로 몰린 커브(114km)를 마치 티 배팅 하듯이 그대로 당겨 안타를 만들어냈다. 첫 타자로 타선의 방향점을 잡기는 어려웠던 감이 있었으나 후속 타자 나카지마 히로유키(27. 세이부)는 안쪽으로 향한 슬라이더(130km)를 곧바로 정위치에서 받아치며 일본 타선의 전략을 드러냈다.
실점으로 연결된 아오키 노리치카(27. 야쿠르트)의 중전 안타와 우치가와 세이이치(27. 요코하마)의 좌익선상 2루타도 모두 슬라이더가 공략당한 것이었다. 아오키는 초구부터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자 그대로 때려내며 투수 강습성 안타를 만들어냈다. 지난 시즌 센트럴리그 타격왕(3할7푼8리) 우치가와에게는 볼카운트 2-2서 유인구 성 슬라이더(133km)를 몸쪽으로 던졌으나 제구가 다소 높게 되어 그대로 통타 당했다.
2회서도 김광현의 제구는 아쉬움이 컸다. 선두 타자 조지마 겐지(33. 시애틀)에게 4구 째 바깥쪽 높은 직구(143km)를 던졌다가 중전 안타를 내준 김광현은 이와무라 아키노리(30. 탬파베이)에게 슬라이더(129km)를 높게 던졌다가 볼넷을 내줬다. 다급한 상태서 이치로에게 번트 안타를 내준 그는 나카지마에게 던진 회심의 슬라이더(132km)가 볼로 판정받자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무라타에게 내준 좌월 스리런은 너무도 뼈아팠다. 김광현은 무라타를 상대로 9구 째까지 직구-슬라이더가 주가 된 피칭을 했으나 이는 모두 무라타의 배트에 걸리며 총 5개의 파울 타구가 나왔다. 결국 김광현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체인지업(125km)을 던졌다가 무라타에게 큼지막한 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김광현이 내준 안타 중 직구를 통타 당한 것은 조지마의 중전 안타와 이치로의 기습 번트 안타 둘 뿐이었다. 스트라이크 판정이 애매했다는 이유도 있었으나 투구수 제한 조항에 쫓기며 유연하게 공을 안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은 김광현의 투구였다. 변화구에 대처하고 나선 일본 타자들의 공략법을 일찌감치 파악하지 못한 채 저돌적인 자세 만을 고집한 것을 패인으로 꼽을 수 있었다.
김광현은 아직 더 던질 공이 많은, 젊고 유망한 투수다. 김광현이 첫 WBC 일본 전서 경험한 뼈아픈 패배가 훗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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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한국-일본 경기가 7일 도쿄돔 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1사 1,3루서 무라타에게 스리런을 맞은 김광현이 허탈한 표정으로 서 있다./도쿄돔=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