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야구를 다시 한 번 체험하게 되었다.
지난 7일 일본에 2-14로 충격의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맛본 대한민국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이 8일 1라운드 패자 부활전서 중국과 대결을 펼친다. 특히 중국은 '세계 야구계의 복병'으로 자리매김하던 대만을 전날 4-1로 격침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줬다.
대만은 불과 6년 전 아시아 야구 선수권서 한국에 패배를 안기며 아테네 올림픽 행 티켓을 거머쥐었던 팀이다. 아시아 야구 수준이 세계 무대서도 결코 낮지 않은 만큼 중국이 그동안 동급으로 여겨졌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독일 등을 넘어선 복병으로 자리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WBC를 앞두고 일본, 대만에 초점을 맞췄던 한국에 중국과의 대결은 낯설 수 밖에 없다.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 예선서 승부치기 끝에 1-0으로 승리하며 고전했던 한국은 운동능력 만이 아닌 조직력 면에서도 크게 발전한 중국을 허투루 보기 힘들다. 중국은 대만과의 경기서 타자 성향에 맞춰 수비 시프트를 구축, 잘 맞은 타구를 범타로 만드는 장면을 여러 번 보여주었다.
특히 국내 야구팬들로부터 '대륙 지터'라는 별명을 얻은 유격수 창레이(26)는 경계 대상으로 꼽을 만한 키 플레이어다. 현재 피츠버그 산하 트리플 A 소속인 창레이는 지난해 샌디에이고-피츠버그 트리플 A를 거치며 81경기서 2할4푼7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기록 만으로 봤을 때는 별다른 경계 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까지 오릭스 지휘봉을 잡았던 테리 콜린스 감독의 지도 아래 창레이는 타격 만이 아닌 수비 면에서도 노련한 모습을 보이며 중국의 키 플레이어가 되었다. 2005년 공개 트라이아웃 형태를 통해 샌디에이고에 입단했던 창레이는 당시 스카우트들로부터 "라틴 계 선수처럼 개인적이고도 화려한 수비를 펼치려 노력한다"라는 평을 받았다.
조직적인 수비가 아니라 운동능력이 바탕된 수비에만 집중한다는 단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바꿔 생각하면 운동 능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정면 타구에 대한 수비 대처력이나 송구 능력 등은 아시아 내 다른 내야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말과 같아 그의 수비 능력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만전 8회서 터뜨린 좌월 솔로포 또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당시 1-3으로 뒤지고 있던 대만은 추가점을 내주지 않기 위해 최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입단한 광속 좌완 니푸더(27)를 투입했으나 창레이는 이에 아랑곳 없이 직구를 그대로 당겨 큼지막한 홈런을 쏘아올렸다. 빠른 직구라도 그에 대처할 수 있는 힘과 순발력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대만 전을 지켜본 김성한 대표팀 수석코치 또한 창레이를 가리키며 "저 친구가 야구를 다하고 있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미국 태생으로 본토 야구에 정통한 동시에 4시즌 동안의 프로 경력을 바탕으로 점점 더 노련한 모습을 보이는 창레이는 확실한 중국의 중심 선수다.
대표팀은 빠른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 제구력을 동시에 갖춘 윤석민(23. KIA)을 내세워 중국의 손목을 꺾고자 한다. 그러나 안일한 태도로 중국 타선을 상대한다면 대표팀이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도 무시 할 수 없다.
farinelli@osen.co.kr
창레이./도쿄=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