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 예능 '무한도전'의 메인 MC는 누가 뭐래도 유재석이다. 2인자를 자처하는 박명수가 이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번번이 진행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8일 방송에서 1년 6개월여만에 두 번째로 선보였던 '거성쇼'는 이같은 '무한도전'의 캐릭터 간 설정과 조화를 웃음으로 터치했다. 유재석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 '거성쇼'를 맡게 된 박명수. "2007년 9우러 첫 방송 이후 자취를 감췄던..."이라며 '거성쇼'를 소개하는 유재석의 입을 틀어막은 채 토크쇼 전체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컨셉이다.
자신의 소원대로 아이돌 걸스 그룹 '소녀시대'를 게스트로 초정한 박명수는 신바람을 내며 '무한도전' 멤버들을 진두진휘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연신 호통만 치느라 바쁘고 제대로 이뤄지는 건 하나도 없어서 소녀시대의 빈축까지 사고만다.
이에도 굴하지 않고 마이크를 홀로 움켜쥐고 유재석 몰아내기에 급급한 박명수. 어눌한 말투와 서투른 진행으로 우왕좌왕하는 '거성쇼'를 촌철살인으로 꼬집는 '무한도전' 특유의 자막이 바로 크게 웃는 포인트다. 결국 잠깐씩 마이크를 건네받는 유재석의 속사포 멘트가 터져나올 때마다 소녀시대의 환호는 이어지고 두 MC의 진행 솜씨는 선명하게 비교됐다.
또 하나 이날 '거성쇼'의 숨겨진 재미는 마치 KBS '박중훈쇼'의 패러디를 보는 듯한 풍자다. 톱 영화배우 박중훈이 MC로 나선 '박중훈쇼'는 정우성 장동건 김태희 등 다른 토크쇼에서 만나기 힘든 특급 게스트들을 계속 초대하고 있음에도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못하는 프로. 박중훈의 미숙한 진행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거성쇼'에서 '무한도전'은 MC가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토크쇼의 감칠 맛이 진국처럼 우러날수도 있고, 아니면 맹물 곰탕마냥 싱거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짚었다. 박명수의 어눌함과 유재석의 노련함을 교차해 보여줌으로서 그 진행 효과의 차이를 최대한 선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자기 중심적으로 말을 이끄는 박명수와 게스트 입장에서 대화를 유도하는 유재석의 관점 차이도 드러났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박명수의 진행 때 툭툭 끊기던 토크쇼의 흐름이 잠깐 유재석이 바통을 이어받을 때마다 시냇물 흐르 듯 매끈한 장면을 한 눈에 파악할수 있었다.
사실 박명수의 '거성쇼'는 최근 박중훈에게 쏟아졌던 문제점 지적들을 여과없이 묘사한 셈이다. 박중훈 자신이 이날 KBS 2TV '연예가중계'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적인 환경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든가, 진행이 미숙했다든가, 진행자로서 스튜디오가 처음이었다든가 등 미숙했던 점이 있었다"고 말한 것과도 일맥상통했다.
‘무한도전’은 이날 '거성쇼'에 이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라는 주제로 현대 여성들의 고민과 여성들의 생각을 소녀시대와 함께 짚어봤다. 무도 6인 멤버들이 소녀시대와 세 팀으로 나뉘어 설문에 나서는 스토리.
정형돈 정준하는 수영, 써니, 효연과 함께 A팀이 돼 대학로를 찾았고, 박명수는 유재석, 제시카, 유리, 태연과 함께 B팀으로 직업 체험편에서 체험했던 남대문의 갈치집을 찾았다. 전진, 노홍철은 윤아, 티파니, 서현과 함께 C팀이 돼 홍대의 거리를 누비는 한편, ‘에어로빅’ 편에 출연했던 강마에 선생을 찾았다.
각 팀은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이 시대의 여성들이 원하는 ‘다이어트’, ‘사랑’, ‘관심’ 등의 소망을 발표했고 ‘무한도전’ 자막은 해답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자신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어 시청자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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