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승의 장면에서도, 대패 속에서도 항상 그가 있었다. 대한민국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의 선제타를 잇달아 터뜨렸던 김태균(27. 한화)의 방망이에 야구 팬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김태균은 지난 7일 도쿄 돔서 열린 WBC 1라운드 일본 과의 경기서 0-3으로 뒤진 1회말 2사 3루서 상대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29. 보스턴)의 컷 패스트볼(142km)을 강타, 큼지막한(비거리 140m) 좌월 투런을 쏘아올렸다. 비록 선발 김광현(21. SK)의 대량 실점이 이어져 빛을 잃었으나(2-14, 7회 콜드 패) 추격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한 방이었다.
지난 6일 대만과의 경기서도 김태균은 1회 무사 만루서 가감없는 바람직한 배팅으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기록, 9-0 승리를 이끌었다. 상대 선발 리천창(23. 클리블랜드)의 제구 난조를 틈 타 2구 째까지 인내심 있게 좋은 공을 기다린 그는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몰린 공을 큰 욕심 없이 적절한 안타로 연결하며 대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사실 김태균의 WBC 활약은 우연이 아니다. 김태균은 지난 2월 하와이서 펼쳐진 전지훈련서도 어깨에 힘을 잔뜩 싣는 모습이 아닌, 배트 중심에 공을 맞추는 데에 주력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자 노력했다. 소속팀 한화와 펼친 연습 경기서 보여준 그의 타구는 포물선이 빨랫줄 같은 궤적으로 날아가며 보는 이의 가슴을 쾌청하게 만들었다.
김태균은 배트 컨트롤에 주력하기 보다 허리 원심력을 이용해 타구에 힘을 제대로 싣고자 노력하는 '슬러거 형' 타자다. 단순히 팔 힘으로 스윙하는 것이 아닌, 알버트 푸홀스(29. 세인트루이스)를 연상케하는 회전력이 바탕된 타격을 보여주기 때문에 기복을 심하게 타지 않는 타자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소속팀 한화가 투,타 불균형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일 떄도 김태균은 9월 한 달간 17경기서 3할3푼8리 3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했다. 타점이 적었던 이유는 테이블 세터 진과 3번 타자 덕 클락(33. 현 히어로즈)의 출루가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는 동시에 3할2푼4리 31홈런 92타점으로 타격관을 확실하게 정립한 그에게 대표팀의 기대는 더없이 크다. 선수 본인 또한 "1패일 뿐이다. 동요하지 않고 중국 전을 승리한 후 일본과의 재대결서 꼭 앙갚음 하겠다"라며 각오를 불태운 만큼 8일 중국 전에서 그가 보여줄 활약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개개인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중국 타선이지만 김태균처럼 안정된 기본기를 바탕으로 타격을 펼치는 타자는 찾기 힘들다. '대표팀의 4번 타자' 김태균이 대표팀의 승리를 이끄는 동시에 중국에 한 수를 가르쳐주는 탁월한 화력을 발산할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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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