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3타점' 이범호, 존재감을 확인시킨 '꽃포'
OSEN 기자
발행 2009.03.08 20: 51

이전 두 경기서 벤치를 덥히는 데 익숙했던 이범호(28. 한화)가 도쿄돔을 가르는 홈런포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범호는 8일 도쿄 돔서 벌어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패자 부활전 중국과의 경기서 4회 상대 우완 순궈치앙의 2구를 그대로 당기며 4-0을 만드는 좌월 투런을 작렬했다. 이날 7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이범호는 2회 첫 타석서 볼넷을 골라낸 후 4회 두 번째 타석서 시원한 아치로 대한해협 건너 야구 팬들에게 선물을 안겨 주었다.
특히 이범호는 지난 2월 23일(한국 시간) 최종 엔트리 발표 전까지 가장 유력한 제외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야수였기에 그의 중국전 홈런을 더욱 값졌다. 만약 이범호를 제외한 채 1라운드 중 회복이 불투명했던 박진만(33. 삼성)을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켰다면 적어도 이 홈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범호는 6회서도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더하며 이날 3타점으로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하와이 전지훈련서도 이범호는 그저 굳은 표정으로 훈련을 하는 데 집중했다. 건네는 인사에 웃음으로 화답하던 마음씨 좋은 이범호는 입술을 깨물며 스윙을 가다듬는 데 몰두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추신수(27. 클리블랜드)의 지명타자 출장에 따라 이대호(27. 롯데)에게 3루 자리를 내줬던 이범호였으나 그는 묵묵히 기회를 노렸고 김인식 감독이 부여한 첫 선발 출장 기회를 홈런으로 보답했다. 지난 시즌 19홈런에 그치며 5년 연속 20홈런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던 이범호였으나 밋밋하게 날아든 공을 특유의 노림수 타격으로 홈런을 만든 그의 파괴력을 알 수 있던 경기였다.
이범호는 WBC 개막 전 각오를 묻자 "2009년에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목표가 쌓여 있지만 지금은 WBC에만 집중할 것이다. 내 개인의 좋은 성적에 집중하기보다 팀이 원하는 순간 적절한 활약으로 보탬이 되고 싶다"라며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언제나 겸손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훈련과 경기에 임하며 팬들의 '꽃남'이 된 이범호가 생애 두번째 WBC서 펼칠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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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1라운드 패자부활전 한국-중국의 경기가 8일 도쿄돔 구장에서 벌어졌다. 4회말 1사 1루 이범호가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도쿄돔=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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