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자카의 투구를 토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펼쳤다".
이틀 전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장신 우완 이와쿠마 히사시(28. 라쿠텐)를 상대하게 된 대한민국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타선이 9일 도쿄 돔서 일본과 아시아 최강을 놓고 다시 한 번 자웅을 겨루게 되었다.
일본은 일찌감치 선발 3인 중 가장 컨디션 호조를 보이고 있는 이와쿠마를 내세워 한국 타선을 봉쇄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시즌 21승 4패 평균 자책점 1.87로 사와무라 상의 주인공이 되었던 이와쿠마는 기교파적인 모습과 힘을 동시에 갖췄기에 더욱 눈여겨 봐야 할 투수다.
지난 시즌 후반기 이와쿠마는 의도적으로 직구 구속을 줄이는 대신 빠르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앞세워 111⅔이닝 무피홈런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전반기에는 최고 151km에 달하는 직구도 구사했던 이와쿠마였으나 노무라 가즈야 라쿠텐 감독의 철저한 관리 하에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투구를 변모시킨 것이 지난 시즌의 이와쿠마다.
이와쿠마 또한 한국전 선발로 내정된 이후 "7일 한국 전서 마쓰자카 다이스케(29. 보스턴)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를 토대로 9일 경기서 호투를 펼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팔꿈치 수술 전력으로 자주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일본서 '슈트'로 불리는 역회전볼까지 던질 수 있는 이와쿠마인 만큼 여러 면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투수임은 분명하다.
대표팀 타선은 1회 제구에 어려움을 겪던 마쓰자카에게 28개의 투구수를 소모시켰을 뿐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초구 스트라이크에도 배트가 나가지 않으며 주눅이 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2회말에 들어서면서 2-8로 크게 뒤졌다는 점은 타자들의 운신의 폭을 좁혔으나 5회 와타나베 슌스케(33. 지바 롯데)가 들어설 때까지 7개의 초구 스트라이크 중 3번은 방망이도 내밀지 못한 채 스트라이크 카운트만 더했다.
이와쿠마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마쓰자카는 9번의 기회 중 단 두 개를 제외하고 7개의 초구를 모두 스트라이크 존 안쪽으로 던졌다. 큰 점수 차를 배경으로 한 뒤 투구수 제한 조항으로 인해 빠른 대결이 어려운 WBC의 특성을 역으로 이용, 투수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다 놓은 것이 7일 경기서 보여준 마쓰자카의 투구였다.
점수 차가 컸다는 데도 이유가 있었으나 박빙의 순간 이와쿠마가 이와 같은 전략을 내세울 가능성도 크다. 30%의 성공률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타격이기 때문에 "마쓰자카의 투구를 본보기로 삼겠다"고 밝힌 이와쿠마의 적극적인 경기 운영은 누구라도 유추할 수 있다.
대표팀 타자들은 7일 경기서 1회말을 제외하고는 수동적인 자세로 아웃 카운트를 늘여 나갔다. 치욕의 콜드게임 패배는 수치 상으로 단순한 1패에 그친 동시에 투수진 소모를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왔으나 그 짙은 그림자로 인해 찬스 상황서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하는 일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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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