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스러져도 배우는 빛났다
OSEN 기자
발행 2009.03.09 09: 00

영화 ‘마린보이’ ‘작전’ ‘핸드폰’ 등 3편의 스릴러 영화가 2월 극장가에 동시에 격돌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극장가에서 점차 스크린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는 스러져가지만 이 영화 속에서도 빛나는 배우들이 있다.
그 동안 배우 김강우의 이미지는 모범생이었다. 반듯하고 성실한 이미지, 그것을 더 심하게 보면 답답하고 매력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영화 ‘마린보이’에서 김강우는 변신에 성공했다.
‘마린보이’ 크랭크인 하기 전에 김강우는 극중 마린보이 천수 역에 어울리는 몸매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쉼 없이 수영 연습을 한 것은 물론이다. 김강우는 “수영선수이기 때문에 몸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수영을 아예 못했는데 적당히 수영을 해서는 표현이 안될 것 같아서 죽기살기로 연습을 했다. 혼자 하는 스포츠라서 외롭기도 했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영화 속의 마린보이로 변신한 김강우를 섹시하게 만들었다. 김강우는 구릿빛의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상반신의 왕(王)자는 물론 섹시하고 탄력 있는 치골근육을 드러내며 섹시한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 ‘작전’의 박희순의 연기 내공 또한 만만치 않다. ‘작전’에서 안산독가스파 대표이자 전직 조폭인 황종구 역을 맡아 남다른 조폭 연기를 선보였다. 온갖 ‘있는 척’을 다하지만 정작 그는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조폭일 뿐이다.
극중에서 박희순은 엇박자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직 조폭 출신으로 무서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다가도 어느 순간 어이 없는 상황에서 남다른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명품으로 된 벨트와 구두를 찌질한 개미투자자로 변신한 박용하에게 보여주며 천진하게 자랑을 하다가도 조폭 수하들을 향해서는 살벌한 눈빛을 발산하며 무지막지하게 내리치기도 한다.
기존의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간 조폭이 아닌 2% 부족하면서도 살벌한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박희순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엇박자에서 오는 웃음이 트렌드인 것 같다”며 “‘달인’이 나오는 코미디도 막 오버스럽지 않고 툭툭 던지는 게 재미있듯이 대 놓고 웃기려고 들면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 은근히 하는 둥 마는 둥 그걸 관객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핸드폰’ 속 박용우의 연기도 만만치 않다. 박용우는 극중 감정 노동자 정이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대형 마트의 고객 고충처리 담당 직원으로 늘 미소와 함께 친절함을 유지하지만 막무가내 고객들에게 치이고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집안을 챙겨야 하는 가장으로서 그는 더 이상 숨을 데가 없다.
박용우는 극 초반에 해맑게 미소 짓고 도저히 극한의 방법으로 타인을 괴롭힐 것 같지 않은 선한 연기를 펼치지만 점차 극이 흘러갈수록 악하게 변해간다. 차가운 세상에 당한 만큼, 고통 받은 만큼 되갚아 줄 상황이 오면서 변해가는 연기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한편으로 박용우는 이런 감정 변화의 폭이 넓은 악한의 연기를 유연하게 펼치면서도 관객들에게 정이규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하면서 그 안에 깊숙이 자리한 마음 속 아픔까지 전달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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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강우 박희순 박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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