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을 맞지 않는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28, 라쿠텐)로부터 홈런을 쏘아올릴 수 있을까.
9일 오후 6시 30분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조 1, 2위 결정을 위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최종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양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어 심적인 부담이 없는 상태. 그러나 한국대표팀 입장에서는 지난 7일 2-14로 콜드게임패라는 수모를 되갚아야 하고 일본대표팀으로서는 이를 방어해야 하는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다.
김인식 한국대표팀 감독은 "모든 투수를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하라 다쓰노리 일본대표팀 감독 역시 "1위로 2라운드가 열리는 미국으로 향하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는 상태라 정면대결이 불가피하다.
특히 앞선 일본전에서 단 4안타로 침묵했던 대표팀 타자들이 일본 선발로 발표된 이와쿠마를 벼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모으고 있다. 매 경기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대표팀인 만큼 과연 이와쿠마에게서도 홈런을 빼앗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기 때문이다.
이와쿠마는 지난 시즌 퍼시픽리그 MVP는 물론 사와무라상까지 받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1승 4패에 방어율도 1.87에 불과해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무엇보다 201⅔이닝을 소화하면서도 피홈런은 단 3개에 그쳐 홈런을 잘 맞지 않는 투수로 알려져 있다.
우완 정통파에서 약간 쳐진 쓰리쿼터형 투수다. 140km 후반의 빠른 직구에 슬라이더, 커브, 포크 등 다양한 구질을 보유하고 있다. 전에는 장신(190cm)에 내리꽂는 직구가 150km대를 가뿐하게 넘었지만 어깨 부상과 팔꿈치 수술 후 스피드를 낮췄다. 스피드보다 볼 끝이 좋고 삼진에 욕심을 내지 않아 이닝 당 투구수가 적은 편이다. 오른손타자에게는 몸쪽 역회전 공이 위력적이다. 홈런이 적은 것은 그만큼 제구가 뛰어날 뿐 아니라 공이 전체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단순하게 생각하고 타석에 서야 오히려 공략하기 편한 투수"라며 "컨트롤과 구위가 좋은 반면 201이닝 동안 삼진이 159개에 그친 것은 맞혀 잡는 투수라는 점이다. 이를 잘 이용하길 바란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낮은 볼을 최대한 참아 스트라이크 존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오른손 타자는 바깥쪽과 변화구, 왼손 타자는 몸쪽 직구를 노리라"고 강조, 히팅포인트를 높게 설정하라고 덧붙이고 있다.
또 이와쿠마는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팀으로 참가해서는 이렇다할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네덜란드전에서 1⅔이닝 동안 3피안타 3실점(2자책)했고 보크도 기록했다. 오랜만의 국제대회 경험이란 변수도 있다.
따라서 4번 타자 김태균을 비롯해 정근우, 김현수, 이진영, 추신수 등 컨택 능력과 파워를 동시에 지닌 타자들이라면 이와쿠마의 공을 도쿄돔 펜스 밖으로 쳐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타자들은 지난 6일 대만전부터 7일 일본전, 8일 중국전까지 매 경기 홈런을 기록해오고 있다. 대만전에서는 이진영의 그랜드슬램, 정근우의 투런포가 작렬했고 일본전에서는 김태균의 투런포가 1회부터 불을 뿜었다. 중국전에서는 이범호가 투런아치를 그려 4명의 선수가 1개씩의 홈런포를 터트리고 있다.
이에 이와쿠마는 "한국타자에 대한 이미지는 구축됐다"면서 "김태균을 경계한다. 몸쪽을 던지겠지만 그쪽만 고집하지는 않겠다"고 김태균을 콕 찝어 경계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태균은 지난 7일 일본전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홈런을 쳐내 분명한 인지도를 남겼다.
게다가 이와쿠마는 콜드패를 설욕하려는 한국타자들의 의지에 대해 "오히려 집중해서 잘 던지고 싶은 기분도 든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이와쿠마의 투구 패턴과 강한 의지를 잘 역이용할 경우 한 시즌 3번에 불과한 홈런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라 감독은 이날 경기에 그동안 경기에 나오지 않았던 우완 고마쓰 사토시(28, 오릭스)와 좌완 우쓰미 데쓰야(27, 요미우리)에게도 등판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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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일본전에서 마쓰자카의 공을 통타, 2점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김태균./도쿄돔=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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