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전후사진’에 대한 단상
OSEN 기자
발행 2009.03.09 14: 17

[건강칼럼] “수술 전 사진을 꼭 찍어야 되나요?”
“성형수술 하기 전의 모습을 찍어두어야 나중에 수술 결과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외부로 공개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럼요. 철저하게 병원에서 관리합니다.”
최근 수술하기로 결정한 환자의 현 상태를 카메라에 담아놓으려고 하자 그녀가 난색을 표한다. “원래 사진 찍히기를 싫어한다”는 그녀는 “성형전후사진을 꼭 찍어야 하냐?”며 반문해오는 것이다. 대화와 설득 끝에 동의하긴 했으나 썩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아름답게 변하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했는데 과거의 아픈(?) 기억이 고스란히 데이터 자료로 남아 있고 공개적으로 세상에 노출될 수 있다면 그 기분이 어떠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성형외과에서는 환자가 감추고 싶은 과거의 모습을 왜 굳이 성형전후사진으로 남겨두려는 것인지에 대한 강한 궁금증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환자도 그런 경우 중 한사람이다.
사실 성형수술 전후 사진을 찍어두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성형수술 전 사진촬영의 가장 큰 목적은 수술 전 상태를 글로써 차트에 기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술 후 변한 모습과 수술 전 모습의 면밀한 비교 없이는 수술 결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사진은 찍어야 한다. 이른바 올바른 의료 행위를 위한 매우 중요한 의무 기록의 일환인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진료 차트를 작성하는 개념으로 보면 맞다.
나중에 환자가 재수술을 받거나 다른 곳을 수술 받을 때 데이터로 활용된다. 과거의 진료와 치료일지는 환자를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이다.
한데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 의료 행위를 위한 것이라면 극구 꺼릴 이유가 없다. 그보다는 혹시 생길 수도 있는 자신의 성형전후사진의 공공연한 노출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상에는 적지 않은 이들의 성형전후사진이 나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병원들의 공격적인 홍보와 광고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물론 환자의 사전 동의를 받은 것이 대다수이겠지만….
겉으로는 사진 찍기를 싫어한다고 변명하지만 내심 자신의 성형전후사진이 행여 유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환자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환자의 성형전후사진을 환자의 동의 없이 자신의 개인목적으로 사용하는 의사가 과연 있을까?
아무튼 환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의무기록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듯싶다. 또 그것은 순전히 병원과 의사의 윤리적 양심에 달려 있는 것이기도 하다. 환자가 의사를 전적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환자와 의사와의 굳은 신뢰관계, 무엇보다 그것이 정답이리라!
[글: 이철용 성형외과 전문의(위즈덤성형외과 원장)]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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