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이 달랐다. 선발 봉중근은 1회말 이치로를 상대로 마운드에서 초구를 던지는 순간, 갑자기 데무쓰 주심(미국)을 불렀다. 관중석에서 카메라 후레쉬를 일제히 터트리자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나왔으나 봉중근은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봉중근의 이런 행동은 5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 기죽지 않고 사무라이를 잡겠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아울러 한국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두 번째 경기를 맞이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콜드패의 수모를 되갚으려는 근성이었다. 눈빛이 달라진 한국선수들은 혼연일체로 움직였다. 마운드, 타석, 그라운드에서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1구1구에 집중하고 플레이마다 정성을 들였따. 마치 베이징올림픽의 경기에서 태극전사의 모습을 다시 보는 듯 했다. 결코 한국이 일본에게 콜드패를 당할 만한 전력이 아니었음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지난 7일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치욕의 콜드패를 당한 한국선수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기기 힘든 전력이라고 생각했지만 국제대회 사상 최초로 콜드패를 당할 줄은 몰랐다. 사태의 심각성을 간파한 김인식 감독은 경기후 덕아웃 뒤에서 미팅을 소집 "한 점이든 열 점이든 진 것 마찬가지다. 오늘을 잃고 내일을 생각하자"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 듯 했다. 숙소인 도쿄돔 호텔의 야식시간에 식당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유일하게 투수 이재우만이 야식을 먹으러 나왔을 뿐 모두 방에서 두문불출했다. 도쿄돔의 선수숙소는 적막함만 흘렀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선수들의 얼굴을 다시 밝아졌다. 선수들을 달라지게 만든 것은 젊음이 가지는 패기였다. 더욱이 중국을 상대로 14-0으로 제압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본이 강하지만 한 번 붙어보자는 도전의식이 선수들 사이에서 생겼다. 대표팀의 중심은 김태균 정근우 추신수 등 82년생들. 유난히 젊은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실패는 하지만 겁이 없다. 3월9일 일본야구의 심장부 도쿄돔에 사무라이는 없었다. 역사적인 승리로 흥분에 빠져있던 일본열도는 침묵에 빠졌다. 패기와 근성의 한국은 일본보다 강하다. sunny@osen.co.kr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1,2위 순위결정전 한국-일본 경기가 9일 도쿄돔 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2사 1루 봉중근이 이와무라를 내야땅볼로 처리 이닝을 마무리 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도쿄돔=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