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 않은 멜로 영화? 관객은 웃지요
OSEN 기자
발행 2009.03.10 08: 17

오로지 사랑에 울고 웃는 멜로 영화가 실종 상태다. 여성 관객의 손수건을 흠뻑 적셔주고 남성 관객의 눈물 감추기용 헛웃음을 유도해줄 수작은 사라진지 오래다. 올 봄 최루성 멜로를 자처하는 영화가 준비중이지만 불치병 연인을 주인공으로 뻔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관객이 멜로에 등을 돌리게 되는 결정적 이유다. 화이트데이 커플을 겨냥한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원태연 시인의 감독 데뷔작으로 크랭크 인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시사회 후 관심 속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상투적인 멜로 소재가 밋밋한 전개로 흘러가다보니 배우는 우는데 관객은 실소를 면치못할 분위기다. 포털 사이트 등에 소개된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라디오 PD 케이, 교통사고로 가족을 한날 한시에 모두 잃은 작사가 크림. 두 사람은 서로의 빈자리를 때로 가족처럼, 때로 친구처럼 메워주며 함께 살아가는 사이이다. 누구보다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크림… 케이는 그녀에게 줄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다.' 비극적 배경을 뒤에 깔고서 만난 두 연인은 당연히 불치병 암이라는 슬픈 운명을 추가하고 여기에 죽기 전 새 애인 만들어주기라는 최루탄 양념까지 듬뿍 뿌렸다. 여자는 손수건, 남자는 우는 여자친구 어깨를 도닥거릴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오라는 제작진의 암시가 여기저기서 배어나온다. 그러나 요즘 국내 관객은 독립영화 '워낭 소리'를 흥행작으로 다시 만들어낼 정도의 수준이다. 평생 일만 하다 죽어가는 소와 늙은 농부의 리얼 스토리에 눈물을 쏟아낼지언정, 한류 스타 출연의 미끼로 얄팍한 관객 호주머니를 노리는 뻔한 멜로에 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착각도 이만저만 아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 이후 한국영화의 흥행 주류였던 멜로 장르는 2000년대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눈물샘이 메마른 현대인들을 울리기에는 늘 2%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슴속을 울리는 진정성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갖춘 몇몇 작품들만이 흥행에 성공했고 호평을 받았다. 당시 연인 사이였던 조승우-강혜정 커플 캐스팅의 '도마뱀'을 비롯해 조재현-김지수의 ‘로망스’, 설경구-송윤아의 ‘사랑을 놓치다’ 등이 소리 소문없이 간판을 내렸다. ‘멜로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이 무색하게 최지우가 신예 조한선과 함께 출연한 ‘연리지’도 한국 시장에서는 고배를 들었다. 스타의 이름값도 멜로 장르의 관객몰이에는 전혀 도움이 안됐다는 실증이다. 반면 탄탄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주연 배우들이 호연을 펼쳤던 강동원 이나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대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사극 멜로 '미인도'는 자극적 에로에 방점을 찍어 박스오피스 선두를 질주하는 등 성공한 멜로는 저마다의 특색으로 반짝반짝 빛을 냈다. 멜로의 잇단 부진은 가뜩이나 침체된 한국영화계에 같은 장르 영화를 포기하게 만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캐스팅도 어려워지고 투자까지 중단되는 악순환의 연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멜로영화의 고전 '미워도 다시한번'이 장안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호시절이 언제나 다시 올 지를 고민하는 게 요즘 충무로 분위기다. mcgwire@osen.co.kr 코어콘텐츠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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