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화려한 오페라 공연이 동시에 펼쳐진다. 세계적인 오페라 공연들의 향연으로 모처럼 입맛에 맞게 골라보는 재미를 누려볼 수 있게 됐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프로덕션을 비롯해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의 내한 공연, 요하네스 슈테르트 지휘로 TIME 앙상블이 연주하는 세계적인 공연 등이 서울 시내 대형공연장 세 곳에서 펼쳐진다. 한국의 창작 오페라도 새롭게 선보인다. 한국전쟁 6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서서히 잊혀 가는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역사 6.25전쟁의 의미를 다시금 새길 수 있는 창작오페라도 기대되는 작품이다. 내로라 하는 오페라 대작들의 홍수 속에서 온 가족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오페라 관전 포인트를 살펴봤다. 관객에게 쉽게 다가오는 달라진 오페라 공연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 연출가 맥비커, 배역의 극적요소 더해져…‘피가로의 결혼’ 예술의 전당이 1년에 걸쳐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오페라극장의 재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3월 6일부터 14일까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무대에 올린다. 2006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신작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오페라 연출가 데이비드 맥비커의 연출과 클래식한 무대로 준비됐다. 소프라노 신영옥이 수잔나 역을 맡고 바리톤 윤형과 카운터테너 이동규가 케루비노 역을, 바리톤 조르지오 카오루로 등 세계적인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오페라 오케스트라 지휘로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지휘자 이온 마린이 가세해 모차르트 음악의 환상적인 앙상블과 ‘피가로의 결혼’이 가진 화해와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무대에 가장 큰 특징은 모차르트가 남긴 당대 성 풍속과 인간 내면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무대라는 점이다. 배역간의 극적인 요소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가 관건인 작품으로 연출가 맥비커의 장점을 극대화해 캐릭터의 강한 이미지를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 서양인의 시각으로 동양인의 사랑을 묘사… ‘나비부인’ 우리에게 익숙한 푸치니의 대표 오페라 ‘나비부인’이 이탈리아의 4대 극장 중 하나인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과의 문화교류로 내한 공연된다. 이번 무대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오페라단이 이탈리아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보여준 성공적인 무대에 대한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화답으로 열린다. 오페라 종주국인 이탈리아에서 국내 오페라계에 선사하는 아주 특별한 무대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와 함께 푸치니의 3대 걸작으로 불리며 세계 오페라하우스에서도 가장 많이 올려 진 작품 중 하나다. 15세의 꽃다운 나이에 게이샤가 된 일본 여인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았다. 이번 내한공연은 서양인의 시각으로 동양인의 사랑을 묘사하는 ‘나비부인’의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은 이탈리아 출신 줄리오 치아밧티가 연출을 맡고 로렌초 프라티니가 지휘한다. 여주인공 나비부인 역을 이탈리아 출신 소프라노 라파엘라 안젤레티가 열연하고 미군 장교 핑커턴은 테너 마리오 말라니니가 맡았다. 세종문화회관 상주 예술단인 서울시 오페라단이 이탈리아 4대극장의 하나인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 산하 오페라단을 초청해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을 선보인다. ∎ 현대적으로 재해석, 연극적 어법 가미해… ‘마술피리’ ‘마술피리’는 가족오페라로 가장 많이 관람되는 전통 오페라 레퍼토리다. 서곡을 비롯해 귀에 익숙한 아리아로 우리에게 친숙한 무대다. 게다가 이번 무대는 국립오페라단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 변화에 초점을 뒀다.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초연 2개월 만에 사망해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로도 유명하다. 국내무대는 통영국제음악제의 홍보대사를 담당하는 한국의 전문연주단체 TIME이 앙상블로 연주하고 마이클 애시맨이 연출을 맡아 현대적인 오페라로 변화를 시도했다. 연극적 어법으로 간결하고 화려한 오페라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출가 애시맨은 기존과 달리 현대적인 무대로 연출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해 달라진 '마술피리'의 무대를 기대케 한다. 밤의 여왕으로 소프라노 카타르지나 도달스카가 열연하고 오하네스 슈테르트 지휘로 TIME 앙상블과 국립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선다. 총 7회 공연 중 4회는 독일어 대사로, 3회는 한국어로 들려주고 아리아는 모두 독일어로 부른다. ∎ 비극적인 한국역사를 조망하는…국내창작오페라 ‘내 잔이 넘치나이다’ 1980년 베스트셀러였던 작가 정연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실존 인물 맹의순의 감동적인 실화를 모티브로 오페라가 제작됐다. 한국전쟁 60주년을 앞두고 비극적인 역사인 6.25전쟁을 조망하기 위한 작품이다. 1950년 27세 전도사 맹의순이 인민국으로 오인 받아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옮겨지고 포로 환자를 돌보다 죽음을 맞는 이야기로 그의 나이 27을 의미해 제목도 'perfect 27'이다. 3월 24일부터 27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되는 이번 작품은 합창단 70여 명을 비롯해 오케스트라, 출연진을 합쳐 총 200여 명의 음악가가 무대에 선다. 영화 ‘별들의 고향’ ‘바보선언’과 오페라 ‘황진이’의 이장호 감독이 10년만에 오페라 연출을 맡아 영화감독 출신답게 영상미를 오페라에 접목한다. 영상은 충격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될 전쟁장면을 추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극의 긴장감을 더할 예정이다. 박수길 예술음악무대 대표가 총감독을, 극작가 김수경이 극본을, 박영근이 작곡을 맡았다. 맹의순 역에 테너 이동현과 나승서가 더블로 캐스팅됐고 유정인 역에 소프라노 박정원, 유미숙이 열연한다. jin@osen.co.kr 위에서부터 ‘나비부인’ ‘피가로의 결혼’ ‘내 잔이 넘치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