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장을 석권한 한류 스타들이 해외와 달리 국내 무대에서는 연신 쓴 잔을 들이키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한류스타 1세대의 경우 대부분 불혹의 나이에 들어섰거나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작품 활동마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전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캐스팅 0순위에 올라섰던 한류스타들이 왜 이같은 상황에 몰렸을까. 원인은 한 가지 국내 출연작들의 연이은 흥행 실패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출연료에 비해 관객 동원이나 시청률 경쟁에서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게 제작사들의 푸념이다. 영화의 경우 국내용 특급 스타가 3억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는 반면에 한류스타는 러닝 개런티 포함 10억원 안팎을 가져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류스타 출연 영화로 흥행 대박을 기록한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TV 드라마 쪽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회 당 수 천만원의 출연료를 가져가 제작비 상승의 주역으로 지목받는 한류스타들이지만 정작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를 찾기 힘들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편성 압박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한류스타 캐스팅에 거액을 쏟아부은 뒤 쪽박을 차는 사례가 비일비재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SBS '스타의 연인' 출연에서 쓴 잔을 들이킨 '지우히메' 최지우를 들 수 있다. 상대역도 '올드보이'의 유지태로 톱스타 캐스팅을 내세운 이 드라마는 한 자릿수 시청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조용히 막을 내렸다. 또 권상우가 '못된 사랑'에서 멈칫한 데 이어 송혜교도 모처럼의 브라운관 컴백작인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7%대 시청률로 한류스타의 명성을 살리지 못했다. 권상우는 올 봄 원태연 시인의 감독 데뷔작인 멜로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통해 송승헌과 함께 출연한 '숙명' 참패의 만회를 노리고 있으나 시사회 후 평가는 암울한 실정이다. 한류스타 2세대로 급부상한 송승헌 역시 군 제대후 첫 작품인 '숙명'의 참담한 실패로 체면을 구긴 뒤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으로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과 MBC 연기대상을 공동수상했을 때 시청자 비난이 쏟아졌던 사실을 감안하면 한류스타 간판이 무색할 정도다. 또 장동건 이영애 원빈 등은 마땅한 출연작을 고르지 못하고 몇 년째 공백기를 갖고 있어 팬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중이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건 '태왕사신기'의 배용준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 조' 개봉을 앞둔 이병헌이다. 특히 일본팬들의 성원이 확고한 이 둘은 최근의 외환시장 엔고 특수를 맞이해 몸값을 더욱 올리고 있다. 한 제작사 대표는 "'꽃보다 남자'의 신인 이민호에 열광하는 요즘 어린 학생들은 웬만한 한류스타 이름을 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일본 시장 판매 등을 생각하면 한류스타 캐스팅을 안할 수도 없고 고민이 많다"고 국내에서의 한류스타 위치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