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청춘, 18대 1’…감각적인 ‘이미지 극’의 시도 연극은 무대 옆 벽면에 비춰 보이는 ‘청춘, 18대 1’이라는 흑백 영상의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노래 한 소절 나오지 않는 독특한 극의 선율 속에서 춤을 통해 관객의 서정적 감성을 끌어 올리는 ‘이미지 극’의 시도였다. 감각적인 텍스트와 한편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 역동적인 무대 위에 조명과 소리 등의 요소들은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1945년 7월 일본 동경의 댄스홀에서 폭파사건이 발생한다. 연극은 폭파사건에서 죽음을 선택한 조선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동경시장을 암살하려던 조선의 이팔청춘 젊은이들이다. 징병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간 이들은 조선인도 일본인도 될 수 없는 슬픈 현실에서 우연히 조선인 김건우를 알게 된다. 총에 맞아 쓰러진 김건우를 돕는 과정에서 일본인 댄스홀에서 강사로 일하는 윤하민을 만나게 되고, 동경시청장을 암살하려는 이들의 계획에 함께하게 된다. 연극은 폭파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윤하민을 취조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일본인 형사에게 사건의 전막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과거를 되짚어 보여지는 형태로 극이 전개된다. 독립군도 아닌 이들이 조국독립에 목숨을 바치게 된 사연은 오랜 흑백영상을 보는듯한 효과로 표현됐다. 살해된 김건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죽은 이가 따르릉 소리를 내며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다. 이 때 불어오는 바람은 관객을 더욱 따뜻하고 감성적일 수 있게 자극하는 효과다. 김건우를 사랑하는 일본인 여성 나츠카의 애절함과 더해져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극의 전반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소리와 이미지의 결합으로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해 낭만적인 효과를 더했다. 2004년 ‘죽도록 달린다’를 시작으로 ‘이미지 극’의 실험을 시도해온 연출가 서재형과 한아름 작가 콤비의 이번 작품은 분명 연극계에 큰 변화를 시도한 작품이었다. 텍스트를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중심의 극을 이끌면서 조명과 소리, 배우의 몸짓 등은 관객을 자극하는 총체적인 이미지로 확실한 자신들만의 언어로 표현했다.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독립운동이라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소재에 청춘이라는 상징과 은유의 요소를 더했다. 용기 있는 아름다움과 행복이라는 간절한 삶을 더해 죽음 앞에 무모했던 과거의 청춘을 더욱 절실하게 했다. 연극은 감각적이다. 관객의 시각과 청각 등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요소들도 주목할만하지만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이들이 무대에서 펼쳐 보이는 극의 긴장감과 유희성 또한 훌륭했다. 이런 복합적인 극 구성은 입체적인 무대에서 연극이 갖고 있는 한계성을 뛰어넘는 작업이었다. 연극의 재미는 캐릭터가 확실하게 표현된 개성 있는 배우들의 연기도 한 몫을 했다. ‘청춘’을 상징하는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게다가 엉뚱한 무모함에 사랑스런 이들의 모습은 객석을 웃음범벅, 눈물범벅으로 사로잡았다. 가슴이 아련하게 메어오는 우리네 아픈 과거를 웃음과 눈물로 진하게 그려냈다. jin@osen.co.kr 연극 ‘청춘, 18대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