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강세가 매섭다. EPL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첼시와 리버풀이 각각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를 물리치고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데 이어 1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도 인터 밀란, AS 로마를 제치고 8강의 남은 두 자리를 챙겼다. 올해도 EPL이 UEFA 챔피언스리그를 점령한 모양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 2006-2007시즌부터 준결승에 오른 4팀 중 3팀이 EPL 클럽이었다. 그야말로 EPL의 전성시대다. 그러나 EPL이 유럽 축구를 독식하면서 생기는 불만 또한 커지고 있다. 돈이 축구를 사고 있다는 불만이다. EPL의 성장이 외국 자본의 유입으로 시작됐다는 시선이다. 프로에서 투자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지만 지나친 쏠림 현상은 견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EPL의 지나친 성장세가 다른 유수의 축구 리그의 성장을 원천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EPL 측이 발표한 해외 라운드의 시행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EPL의 성장이 극소수에 집중된다는 것도 문제다. 이른바 빅 4. 즉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필두로 첼시, 리버풀, 아스날 등이 모든 부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EPL 클럽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UEFA컵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EPL의 발전이 잉글랜드 대표팀의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지적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몰리면서 EPL이 커지고 있지만 그 반대급부로 잉글랜드 출신의 선수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EPL이 균형을 잃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EPL의 성장이 아프리카 출신의 어린 선수들의 고혈 속에 이뤄졌다는 개운치 않은 지적도 있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EPL의 지나친 독주에 수 차례 제동을 걸겠다고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6+5' 제도의 도입을 통해 자국 출신의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블래터 회장의 생각은 각국 축구협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또한 EPL을 겨냥해 18세 이하 선수들의 무분별한 이적을 막겠다는 생각이기에 EPL의 과도한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stylelomo@osen.co.kr
